[자연형의 생활여행] 마스크팬티, 마스크피싱

2022.11.01 06:00:00 13면

 

 

마스크 시대가 지나간다. 숨쉬기 불편하고 트러블을 일으키는 답답한 마스크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더불어 서서히 절대적이던 위력을 잃어간다.

 

하지만 2년 전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를 불 질러버리겠다던 사람들은 이미 마스크 의존에 빠졌다. 콘서트장이나 축제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산길을 걷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조차 마스크와 한몸이다. 알레르기나 감기 예방, 수시로 돌아오는 코로나 재 유행에 대한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자신의 보호막을 잃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오 판츠(顔パン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마스크의 별명은 ‘얼굴 팬티’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얼굴이 허전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에서도 마스크를 쓴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는 의미의 ‘마스크 피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한국에서도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의 ‘마기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얼굴 팬티’는 외모적인 면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다. 일본 젊은이들의 마스크 의존을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세상에 익숙하고 사람을 직접 만나 교류하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통해 자신을 방어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는 착용자의 성별, 연령뿐만 아니라 기분과 상태까지 감춰준다. 상대에게 자신을 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은 파란화면 뒤에서 자신을 감춘 채 문자로만 소통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자신의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타인이 자신을 읽을 수 없음에 안심한다. 반면 마스크를 벗을 때 긴장과 부담은 증폭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나눌 때 언어뿐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 목소리의 높낮이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해외여행을 떠나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할 때가 있다. 세계상용어가 통하지 않고 각자의 언어는 단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온몸으로 대화를 한다. 눈빛, 표정, 손짓 발짓을 포함한 제스처, 얼굴 가득 띄운 미소와 어떻게든 소통하고 싶다는 표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격렬하게 대화한다. 그렇게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의 만족감은 말 몇 마디로 의미 전달을 이룬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서로에게 가닿겠다는 열렬한 마음이 오간 후 마침내 통했을 때, 그는 오랜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자기 방어가 소통의 욕구보다 짙어지는 시대, 타인을 마스크 없이 맨얼굴로 마주하기 어색하더라도 우리는 대면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직접 부딪히기엔 부담스러운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를 파악하며, 온갖 노력을 통해 소통의 과정을 겪으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타인과 어우러져야 한다.

 

마스크의 시대가 지나간다. 이제 대면의 시대다./ 자연형 여행작가

자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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