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백골이 우는 것이냐, 혼이 우는 것이냐

2022.11.02 06:00:00 13면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을 즘, 이태원 사고 소식을 접했다. 끔찍한 참사를 겪은 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핼러윈 축제는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 단절된 이웃사이를 연결하여 집집이 다니며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 기원한다. 이민자들이 만든 문화가 핼러윈 축제가 되었듯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이웃을 잇고 음식을 나눠주는 문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백골이 우는 것이냐, 혼이 우는 것이냐.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 시신이 발견되었다. 발견되기 일 년 가까운 시간을 풍화작용 없는 어둠에서 홀로 백골이 되었다. 휴대폰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는 세상에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보내줄 누구라도 있었다면, 이승과 저승이 무덤 되어 그렇게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골로 만난 무연고 여성은 성공사례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2017년까지 정착을 돕는 전문 상담사로 일했고, 무엇이든 물어보면 잘 가르쳐준 최고의 선생이라고 증언한다. 그러니 더욱 안타깝다. 그때는 성공했고 지금은 아닌 성공을 무엇이라 부르리.

 

시신이 방치되는 동안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2017년 퇴사해서 전화번호를 바꾸어 지인들과 연락도 끊어졌을 것이다. 연락이 없다면 집으로 찾아와 위로를 건넬 사람도 없었나 보다. 성공적 정착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정작 자신의 아픔은 꺼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름다운 꿈도 백골의 시신처럼 어둠 속을 헤메이고 다녔을지 모른다.

 

무연고일수록 좋은 사람을 많이 알고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고립될수록 어둠에서 나오기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있으면 주변에 요청도 하고 낯설지만 남한의 정서를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으로 문을 잠그면 밖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열 수 없다.

 

삶이 초라하고 무의미,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 생각을 글로 써본다.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다고 써보고,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써보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소리라도 크게 질러라. 경험으로 꽤 효과가 있다. 상실의 감정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쏟아내지 못하는 아픔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지를. 주변을 의식하지 말고 황소 같은 울음을 길게 울면 멈추는 순간 무엇이든 시작할 마음이 생긴다.

 

봉사활동도 좋다. 돈 버는 일에 열심이다가 무보수 봉사를 하면 돈 버는 재미 못지않게 뿌듯함이 있다. 이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조금이라도 누구와 나누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래서 기쁘고 행복하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다.

 

인파가 몰리는 축제에 안일한 대비가 참사를 불렀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시신이 백골이 되도록 찾지 못한 여인과,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분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위영금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