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그들은 왜 이태원에 갔을까?

2022.11.10 06:00:00 13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일그러진 생각들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에 따른 인재인데도 젊은이들이 놀러가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의 의무인 안전은 오간데 없다. 사회 일각에서 왜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축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한 게 아닌가 한다.

 

이태원 핼로윈 축제를 의미 없는 유흥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은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 차 있다. "축제라기보다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인식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국가 지원을 반대하는 국회 국민청원이 일주일 만에 목표치인 5만 명을 달성한 것은 그 정점에 해당한다.

 

이런 인식은 한국에서 자발적 축제문화가 강릉 단오제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끊긴 것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일제시대의 조선총독부와 박정희 군사정권 등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축제를 미신으로 프레임 씌웠다. 90년 대 이후 축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지자체 주최의 지역 축제나 상업적 축제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1996년 412개였던 지역 축제는 2018년에 886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척박한 축제 풍토에서 이태원 핼로윈 축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에 주최 측이 없다는 것이 큰 논란이 되었는데 이는 바로 축제의 본질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축제는 자발적 참여로 공연자와 관람자 경계가 없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하위징아는 『호모루덴스』1장에서 놀이를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하는데 그 첫 번째로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또는 몰입 행위"로 정의한다. 그래야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축제라 할 수 있는 것이 충족된 만큼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 등장한 가면과 코스튬, 즉흥 공연, 음악 등은 축제의 본질에 가닿게 한다. 참가자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다양한 연유로 짓눌려 있다. 살인적 양극화나 성 불평등, 실업, 후진적 정치 등 현실 문제부터 필멸에 따른 운명이나 불가해한 세계 등 인간의 한계까지 고통의 요인은 차고 넘친다.

 

류정아의『축제인류학』에 프로이트의 축제론도 소개돼 있는데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프로이트는 축제를 공정성과 즉흥성, 디오니소스적인 부정과 인간 본능을 억압하는 것의 폐기, 해방을 향한 문화로 본다. 즉 그에게 있어서 축제는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트기'이다." 이는 자신들의 속박을 풀 수 있는 통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왜 이태원에 갔는지 알게 해주는 유용한 힌트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태원 핼로윈 축제는 과정에 있다. 모든 자발적 축제가 그렇듯이 축제에는 세월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규모로 열린 이번 축제는 달라진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참사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타깝다. 안전장치가 마련된 토대에서 이태원 핼로윈 축제가 젊은이들의 대표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빈다. 축제를 즐겼던 당신들은 멋진 사람들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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