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장여성 4분의 1이 ‘성폭력’ 경험…‘근절’ 고삐 더 죄길

2022.11.16 06:00:00 13면

젠더폭력, 개인 일탈 아닌 조직문화 문제로 접근해야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이 근무 중 성추행을 당하고, 3명 중 1명은 성희롱을 겪는 등 직장에서의 성평등 의식이 여전히 미달 수준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여성 노동자 13%, 비정규직 여성 16%가 직장에서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일부에서 젠더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오류임이 명확하다. 아직도 미개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 ‘성폭력’ 근절 노력에 좀 더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최근 (사단법인)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비뚤어진 젠더의식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우선, 여성 노동자 25.8%가 직장에서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대상을 좁히면 29.5%에 달한다. 가해자는 주로 상급자(45.9%)와 임원(22.5%)이었다. 


성추행·성폭행에 대한 대응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63.1%)’고 했고,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도 37.8%나 됐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중복응답)에 대해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52.4%)’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1%)’,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15.1%)’가 그 뒤를 이었다. 


성희롱을 경험한 응답자는 여성이 37.7%이었고, 남성도 22.2%에 달했다. 경험자 중 여성의 77.2%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 반면, 남성은 55.5%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성희롱을 당했을 때의 대응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65.2%,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여성 피해자는 32.7%였다. 


지난 9월 14일 오후 9시 신당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부지불식간에 느슨해진 젠더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일깨웠다. 한 직장에 근무해온 가해자로부터 3년 동안이나 지속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발까지 했지만, 우리 사회는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신변 보호 중 살해된 여성이 올해만 해도 4명에 이른다.


이번 직장갑질119의 조사 결과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외모 지적’·‘외모 비하’·‘외모 간섭’ 등 비인격적인 문화가 여전히 용인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국가가 ‘성평등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고, 성폭력 문화 개선 정책을 모색한 결과로 개선된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젠더폭력을 용인하는, 고착화한 문화의 오류를 시정하는 일은 결코 단기간에 성취할 수가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부 위정자들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단정 짓는 일은 위험하다. 일선 사업장에서 젠더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도 그릇된 대처법이다. 젠더폭력은 철저하게 조직문화의 병폐로 해석하는 게 맞다. 상기 조사에서도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 무려 74.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일체의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고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를 구축하는 일은 여야의 견해가 달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인류 보편적 과제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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