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77. 200년 만에 다시 살아난 은행나무, 오산 궐리사(闕里祠)

2022.11.30 06:00:00 9면


궐리(闕里)는 공자가 태어난 마을로 중국 산동성 곡부현에 있는데, 뒤에 이곳에 궐리사(闕里祠)를 세웠다. 유교를 숭상했던 우리나라에도 전국 여러 곳에 궐리사가 생겼고, 그 중에 아직까지도 명맥을 있는 곳은 몇 안되는 데 오산에 있는 궐리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조 임금이 고 대사헌 공서린(孔瑞麟)과 참봉 공덕일(孔德一)의 후손을 대대로 녹사(祿仕)하도록 명했다. 임금이 하교하기를 "공씨가 동쪽으로 건너와서 수원 땅에 처음 정착하였던 사실이 ‘읍지(邑誌)’에 실려 있기에 경기감사에게 명하여 그 터를 그림으로 그려서 올리게 했는데, 과연 궐리(闕里)의 사당이 있고 은행나무가 있었으며 대대로 살아온 후손들이 있었다. 또 궐리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새로 세운 영당(影堂)이 있다고 하니, 옛터에다 집 한 채를 지어 공자의 초상을 봉안하게 하라." 했다.

 

 

 

또한 이를 ‘궐리사(闕里祠)’라고 부르도록 하고 친필로 편액을 써 내렸으며, 봄 가을로 향과 축문을 내렸다. 이 때 초헌관은 지방관이 맡도록 하였고 아헌관과 종헌관은 공씨가 맡게 하였다. 그 후 철종 임금이나 면암 최익현 등이 와서 배알하였다.
 
원래 공자는 전국의 향교에서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정조 15년(1791)에는 개인적으로 초상화를 그려서 봉안하는 서원을 새로 세우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수원(오산)의 궐리사는 공씨가 수원에 처음 온 곳이므로 특별히 관청에서 향축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정조 17년 봄에는 화성의 궐리사가 완공되었는데, 그 공사비를 진휼청(賑恤廳)의 창고에 있는 돈 2천 민(緡)을 떼어 보내서 갚게 하였다.
 


그런데 조선 정부의 특별한 관리를 받던 궐리사가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공자에 대한 제사도 끊기고 지역사회에 대한 교화의 기능도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이에 고종 21년(1884)에 경기 유생 정최수(鄭最秀) 등이 상소하기를, "수원의 궐리사는 현재 대대로 이곳에 살고 있는 공씨 중에서 항렬이 높은 자가 제사를 받들고 있는 사당입니다... 일찍이 조인영(趙寅永)의 궐리지(闕里誌) 서문을 보니, ‘우리 정종(정조) 대왕께서 성인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터에 사당을 세워 성인을 제사하게 하였으니, 편액을 성묘(聖廟)라 하고 그 땅을 궐리라 명명하셨다.’ 하였고, 좨주(祭酒) 신 홍직정(洪直鼎)도 그 뒤에 서문을 붙였는데 ‘공자가 평소에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살고자 한 것은 오늘의 일을 열기 위하여 미리 정한 것이 있었던 것 같다.’하였습니다." 하였고 이어서 지방 유생들의 지속적인 상소가 이어졌으나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1894년에야 다시 제사가 허용되었고 1900년에 건물을 갖추고 성적도(聖蹟圖)를 모시게 되었다. 

 

 
오산 궐리사는 공자의 64세손인 공서린이 후학을 가르쳤던 곳이다. 공서린은 중종 때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투옥되기도 했지만 정조 임금의 특명으로 공자가 태어난 동네 이름을 붙이고 사당을 지은 것이다. 현재의 궐리사에는 정조가 이름지어 준 성묘(聖廟)와 성적도를 모신 장각(藏閣), 그리고 1993년 7월에 산동성 곡부현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있다. 그 밖에도 행단(杏壇)과 양현재(養賢齋) 등이 있다.
 


특히 이곳에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기이한 전설이 전해온다. 공서린이 기묘사화 이후 이 마을에 낙향하여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은행나무를 심고 북을 매달아 학업을 권장하는 신호로 삼았다. 그런데 그 후 공서린이 중종 33년(1538)에 다시 벼슬에 나아갔으나 3년 후 별세하니 이 은행나무도 말라 죽었는데, 200년 후에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김대성 기자 sd1919@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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