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민 심판’ 외치던 국민의힘…“정작 도민 심판 받아야”

2022.12.26 06:00:00 3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내홍이 4개월을 넘겼다. 지난 8월부터 곽미숙 자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세력과 이에 맞서는 대표단의 내홍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시작은 여야동수 도의회에 민주당 소속 의장이 선출되면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4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세력을 만들고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싸움은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대표 반대 세력은 법원에 곽 대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현재는 곽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양쪽 세력에서 각각 직무 대행을 선출해 놓고 두 대행 체제로 국민의힘을 이어가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자당 내부 정쟁을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입장문이나 논평에서 ‘도민’이 우선이었다. 김동연 도지사를 견제하거나 민주당을 비판할 때면 늘 “도민의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는 멘트를 빼먹지 않았다. 

 

김 지사와 민주당을 신랄하게 비난하던 모습을 보면 국민의힘은 그만큼 도민의 판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행정사무감사, 본예산 등 민생을 위한 굵직한 의사일정에도 국민의힘은 집안 싸움에만 골몰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경기도, 민주당, 도의회 사무처 모두 숨죽이고 눈치만 봤다. 

 

‘10대 도의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 ‘경기도 정부 야당으로서 집중 견제‧감시를 보여주겠다’던 당찬 목표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쯤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끝판왕으로 보인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수련해야 집안을 다스릴 수 있고, 그래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마침내 천하를 평정한다는 말이다.

 

국민의힘이 목놓아 외치던 “도민의 엄중한 심판”은 현재 국민의힘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 경기신문 = 허수빈 기자 ]

허수빈 기자 hsb5848@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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