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우리 민족의 평화 만들기-머리말

2022.12.28 06:00:00 13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마음만 먹으면 다닐 수 있고 또 원하면 체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지역인 38선 이북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년 간 체류는커녕 이산가족들조차 자유롭게 서신교환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실을 살아오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은 외침을 받았더라도 분단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남북으로 국토가 두 동강 나고 거기에 미-소의 냉전정책이 겹치면서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지닌 민족끼리 관계 단절은 물론, 서로 적대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벌였다. 일제 강점기 내내 독립투쟁을 벌였고 일제 패망 직전에는 임시정부와 광복군, 그리고 만주의 무장투쟁 세력을 중심으로 조국의 해방과 광복을 위해 전쟁도 선포했다. 그러나 일제 패망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런 해방이 찾아오고 이어 미-소 양국군 주둔으로 인해 민족은 분단을 맞고 말았다. 미국은 전범 국가인 일본 대신 한반도를 분할해 남한 땅을 소련의 남하를 저지할 군사적 정치적 최전방 교두보 노릇을 우리 민족에게 강요한 것이다.

 

이런 적대관계는 국제법적으로 유례없는 ‘비정상 상태’ 일뿐 아니라 연합국 편에서 싸워 완전한 독립국가의 건설을 바라던 우리 민족에 대한 중대한 배신행위로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일제 앞잡이 노릇을 했던 반민족 세력들은 냉전을 틈타 남쪽에서 민족 주체세력에게 빨갱이 누명을 씌워 말살하고 기득 권력을 탈환하면서 남쪽을 극우 반공국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족국가 형성의 발목을 잡은 것과 관련해서는 냉전 전략을 한반도에 강요한 미국의 책임이 크다.

 

이렇게 형성된 반공정책은 민족 주체세력의 권력 담지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분단체제에서 민주주의의 진전과 인권 보장의 정상국가 건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제 이래 특권과 부를 챙기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붙어 재기했던 반민족 세력이 극우반공 통치를 이어온 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 동안 휴전 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못한 것도 이들의 기득권 유지와 미국 국익 중심의 냉전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비정상적 민족 내부관계’는 이를 해소하려는 남북 간의 몇 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당국자 간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세의 간섭으로 그 극복이 좌절돼 왔다. 민주화가 퇴행을 거듭하는 요즘, 그 원인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민족사적 의미를 지닌다. 분단체제 극복은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화해뿐 아니라 남쪽 민주화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단체제의 극복이 이 땅의 민주화와 민족 화해, 나아가 세계 평화 증진에 필수적인 선행조건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1) 반헌법적 법 질서 2) 종속적 한-미 군사관계, 3) 미국은 과연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가, 4) 민중주도 통일운동의 가능성 등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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