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나에게 헤이, 쥬드는 프라하다’

2023.01.02 06:00:00 인천 1면

 

20대 초반 나이의 후배와 마포에 있는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루프탑 카페가 보여 들어갔는데 이름이 ‘헤이, 쥬드’다. 주인에게 ‘헤이, 쥬드’ 노래를 청해 흐르게 하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에게 헤이, 쥬드는 프라하의 봄이야’

 

MZ세대인 후배, 못 알아 듣는다. 꼰대 소리 듣지 않을 선까지 내 암호같은 말을 해명한다.

 

영화 ‘프라하의 봄(1989 개봉작)’에 비틀즈의 노래 ‘헤이 쥬드(Hey Jude)’가 나온다. 비틀즈의 목소리가 아닌, 체코 가수 마르타 쿠비쇼바(Marta Kubisova/1942년생)가 자국어로 바꿔 불렀다. 비틀즈가 불렀을 때는 우울한 한 아이를 위한 ‘응원가’였는데 마르타 쿠비쇼바는 국민개혁가요로 바꿔 불렀다. 존 레논의 5세 장남 줄리안 레논이 자주 벌어진 부모의 싸움 때문에 어두워진 것을 본 폴 매카트니가 삼촌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줄리안의 애칭이 주드) 1968년, 발표되어 ‘예스터데이’와 함께 비틀즈 최고 명곡이 된 이 노래는 그해 체코 ‘프라하의 봄’ 속에서는 민중 개혁가로 퍼진다. ‘프라하의 봄’은 체코 국민들의 민주화 운동이었다.

 

나치 독일 점령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게 구원이 되어준 소련은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지배자로 둔갑한다. 1948년, 공산당이 전권을 장악하면서 일당독재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갔고 1960년, 사회주의 헌법 채택,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국명 변경하며 국민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을 살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68년 1월 출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민주 자유화 노선을 채택한 알렉산더 두브체크의 개혁은 민주 시민들의 환호를 불렀다. 그러나 동토를 녹일 것으로 기대했던 프라하의 봄은, 민주화 물결이 이웃 동구권으로 확산될 것을 두려워한 소련의 군홧발 아래 짓이겨진다. 68년 8월, 바츨라프 광장의 시민 평화 시위는 소련군이 밀고 들어온 탱크와 총성에 의해 피로 물들며 좌초된다.

 

체코 국민 작가 밀란 쿤데라의 명작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좌절된 체코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체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다. 미국 감독 필립 카우프먼은 이 소설을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국민 가수 마르타 쿠비쇼바는 68년, 프라하의 봄에 이어 89년, 벨벳 혁명 때도 헤이, 쥬드를 민주주의를 꿈꾸는 개혁의 노래로 불렀다. 쿠비쇼바의 목소리, 체코어로 불린 ‘헤이, 쥬드’는 영화 ‘프라하의 봄’에도 나와 영화의 세계적 히트와 함께 체코인의 민주화 염원을 세상에 알렸다. ‘삶은 내게 너무 무거운데 당신에게는 너무 가볍군요’라는 영화 주인공 테레사의 명대사를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다. 헤이, 쥬드는 겨울을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옛날 노래만은 아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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