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뺄셈정치’ 돌림병 

2023.01.18 06:00:00 13면


 

‘움푹 꺼진 박에 원숭이가 손가락을 펴면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파고 바나나를 넣은 다음 나무에 묶어둔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박 안에 있는 미끼 냄새를 맡고는 손을 넣어 움켜쥔다. 그때 사냥꾼들이 나타난다. 주먹을 펴고 미끼만 놓아버리면 손을 뺄 수 있는데, 욕심 많은 원숭이는 미련하게 바나나를 움켜쥐고 있다가 잡히고 만다.’ 전설 같은 고대의 ‘원숭이 사냥법’이에요. 


원숭이가 사냥꾼의 속임수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다른 원숭이들이 교훈을 얻는다면 같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원숭이라는 동물의 지능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네요. 역사에도 전설 같은 게 있어요. 플러스 게임을 하지 않고 어리석은 마이너스 게임을 하다가 망한 이야기가 고비마다 수두룩하지요. ‘원숭이 사냥법’ 얘기와 ‘뺄셈정치’의 공통적 본질은 바로 탐욕이에요. 탐욕이 앞서는 눈으로는 한 치 앞도 못 보게 되는 법이지요.


오는 3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둔 집권당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거전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군요. 온통 당심 지지율 수위급에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 문제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네요. 그런데 ‘친윤(친윤석열)’이니 ‘반윤(반윤석열)’이니 하는 당쟁 용어가 등장해 연일 잡다한 시빗거리를 생산하는 중이로군요. 믿고 싶지 않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휘말려 들어 망조로 치닫던 찍어내기 ‘뺄셈정치’의 망령이 짙게 어른거리네요. 


살짝 고개를 돌려보면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좌표 찍기가 민주당 정치인들을 옭아 묶는 오라처럼 작동하고 있군요. 개딸들과 강성 호위무사들의 행패가 무서워 입도 벙긋 못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 듯해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때 정당민주주의는 금세 시들어버리고 말지요. 요즘 민주당은 ‘방탄’ 오명 속에서 생산성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어요.


‘뺄셈정치’는 붕괴의 지름길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도무지 기억하지 못하고 낭떠러지로 또 우르르 몰려가는 걸 보면, 어쩌면 이보다도 더 고약한 건망증은 없지 싶어요. 한 해 평균 2천 개의 구멍을 파서 도토리를 묻어놓는 다람쥐는 그중 10%밖에 기억을 못 한다죠. 다람쥐의 건망증이야 상수리나무 숲이라도 만들지, 불과 몇 해 전의 교훈조차 기억 못 하고 또다시 폭망의 길을 가는 정치꾼들의 건망증은 도무지 쓰잘 데가 없어요. 


‘쩨쩨한 티 뜯기’를 고상한 정치라고 믿고 나불대고 으스대는 천박한 정치문화에 넌더리를 내는 국민이 요즘 한둘이 아니에요. 치졸한 정쟁 난리 파편에 죽고 다치는 애먼 국민만 억울할 따름이죠. 어디, 정치꾼들의 구태의연한 저 ‘뺄셈정치’ 돌림병을 막아낼 백신 좀 없을까요. 아니, 지금은 지독한 건망증과 탐욕 고질병부터 고쳐낼 강력한 치료제가 더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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