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정유업계 역대급 ‘성과급 잔치’ 온당한가

2023.01.18 06:00:00 13면

은행업 이자·정유업 매매이익 독식 막을 ‘제도개선’ 여론


엄청난 예대금리 차이로 떼돈을 번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이어 지난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정유업계도 대규모 성과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들 은행과 정유업체의 대박은 서민과 기업이 겪는 눈물겨운 고통의 반대급부라는 점에서 과연 정의로운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등 특정 업계의 이익 독식을 막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들은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 우리사주 61%), 국민은행은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 원을 따로 준다.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에서 나온다는 점이 주목거리다. 국내 5대 금융사는 지난해 이자 이익으로만 44조 9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고금리로 신음하는 서민들이 뼈 빠지게 벌어서 낸 이자 수익으로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그들을 향한 따가운 눈총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정유업계도 비슷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나머지 정유사들의 성과급도 조만간 확정된다. 현대오일뱅크보다 영업이익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 등의 성과급은 이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다. 


정유 4사는 지난해 천문학적 수치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3분기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 4조6822억 원, GS칼텍스 4조309억 원, 에쓰오일 3조5656억 원, 현대오일뱅크 2조7770억 원 등이었다. 이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피눈물을 흘리며 산 서민들 희생의 흔적이다.


정치권이 뒤늦게 시끌시끌하다.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은행이 예대금리차와 수익을 분기별로 금융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무소속 양정숙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도 은행이 예대금리차 수익의 최대 0.3%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횡재세 도입 여론에 대해 정유사 관계자는 “비축한 금액은 탈(脫)석유 시대 대비를 위한 신사업에 재투자 된다”고 해명한다. 금융권에서도 “국내 시중은행은 순이익의 7~8%를 사회공헌에 쓴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에 시중은행들이 부랴부랴 금리 인하에 나서는 걸 보면 최소한 은행들도 자신들의 변명 뒤편에 있는 부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4월 해제됐음에도 은행은 영업시간 단축을 이어가고, 일부 시중은행은 점심시간(1시간) 동안 문을 닫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위화감을 자극해 왔다. 자유시장경제 시스템 안에서 기업이 올린 성과를 자율로 처분하는 일을 놓고 지나치게 시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 제도의 미비나 사회적 제어 장치의 부족으로 발생한 큰 격차의 불균형, 불평등 현상이라면 시스템의 모순을 분석하여 재구축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문제점을 찾아내고 바로잡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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