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뉴스 생활] 재난의 시대, 2차 가해를 멈춰라

2023.01.19 06:00:00 13면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2차 가해’ 문제는 단기간에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낸 “혐오 발전소 댓글창” 기획보도를 보면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열흘 뒤까지 ‘이태원’ 내용이 들어간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혐오를 포함한 댓글은 58.27%로 절반을 넘었다. 참사 이전 코로나와 대선이 있던 시기조차 비혐오 댓글 비중이 절반을 넘었던 것과 대비된 결과다.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을 두고 충격이나 애도 등의 반응보다 혐오 감정이 더 높게 포착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경찰을 비난하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경찰의 상황 통제가 실패했었기 때문에 참사를 키웠다는 언론 보도 이후, 경찰에 대한 비판이 당연해졌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질타가 더해지면서 “모두가 공격하는” 공방의 장으로 나아갔다고 진단했다.

 

2차 가해는 포털 댓글에만 있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막말과 폭언을 쏟아낸 일부 단체와 유튜버를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향소 앞에서 일부 단체가 대형 현수막과 방송 차량을 두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비난을 서슴없이 내뱉는 행태를 보였다.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아픔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자녀와 가족에 대해 비하하고 조롱하는 몰지각한 언행 앞에서 생존자나 유가족의 마음은 찢겼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 직접 참석했던 생존자와 유가족은 “국가에 의한” 2차 가해를 언급했다. 생존자, 유가족에게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의 말이 2차 가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 플레이하는 정부와 공무원, 비윤리적인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유가족들이 진짜 원하는 부분을 왜곡하고 선동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예전에 비해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이상민 장관의 브리핑이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등학생 생존자를 두고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이 지적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졌던 ‘순수 유가족’ 논란이 떠올랐다. 언론이 피해 공감이 낮은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를 확산하는 확성기 역할을 반복했음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계는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재난 발생 사실과 피해 및 구조 상황 등을 신속‧정확하게 보도하는 것 못지않게 언론이 방재와 복구 기능이 있음을 강조했다.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언론이 기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희생자와 구경꾼으로 이분되는 차원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동질성을 느낄 수 있게 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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