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혼다 소이치로

2023.02.07 06:00:00 13면

 

"사장님, 2-3일씩 수시로 철야근무하는 것은 제게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신혼의 아내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상 차려놓고 저를 기다리다가 밥도 못먹고 잠드는 일이 너무 잦습니다. 오늘은 퇴근시켜주십시오."

 

일반 가정집에 전화가 없을 때였다. 다음 날 전화가 생겼다. 혼다기연의 엔진개발 핵심 기술자였던 야기 시즈오씨의 젊은 날 추억 한 토막이다. 선생은 일을 지시하고 집에 가지 않고 관련팀을 돌며 젊은 기술자들과 밤을 세운다. 

 

수시로 '터무니 없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 성취를 위하여 모두가 달려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끝내 성공한다. 그 불가사의한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신뢰는 두터워지고 존경심은 높아진다. 3류들은 80점짜리를 이루어놓고 만족해하며 파티를 벌인다.

 

선생은 스스로 "성공이란 99%의 크고 작은 실패 끝에서 거두는 결실이며, 1%는 강한 정신력"이라고 역설한다. 혼다인들은 선생의 신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특별한 집단이다. 이는 주입시켜 되는 일이 아니다. 월평균 잔업 300시간의 기술자들 가운데 노동강도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1960년, 세계 최초로 연구소를 별도법인화 했다. 생산판매와 연구개발을 분리한 뒤, 주로 연구소에서 기술자들과 함께 했다. 매출액 5%를 연구법인으로 보낸다. 혼다의 RND 예산총액은 토요타 보다도 더 많다. 2022년 기준, 매출 150조원, 종업원수 20만명이 넘는다.

 

이 회사의 기술자들은 각각 엔진이건 크랭크샤프트건 소음이건 한 분야만 파고들어 세계 최고가 되었다. 직급도 없다. 모두 연구원이다. 청구예산은 대부분 존중되어 집행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만족도 높은 기술자들은 혼다연구소 사람들이다.

 

모두가 신바람 나서 일하는 사풍(社風)은 '오야지'ㅡ혼다맨들은 선생을 이렇게 부른다. 선생도 그 애칭을 좋아했다ㅡ의 삶에서 우러나온 진액이다. 

 

신입사원들은 첫날 "멸사봉공'(滅私奉公)하지 말라. 자신을 위해서 일해야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선생의 당부를 듣는다. 애사심과 주인정신을 강조하면 실은 위선과 아부가 득세한다.

 

 

혼다 소이치로는 1906년 시즈오카 현에서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겨우 마치고 15세에 도쿄로 나가서 자동차 수리점에 취직한다. 6년만에 당시 세상에 나와 있던 자동차 엔진은 모두 뜯어서 고치고 재조립하는 숙련공이 되었다.

 

마흔 살(1946년)에 100만엔으로 혼다기술 연구소를 차린다. 2년 후 평생 동지인 후지사와 다케오와 의기투합, 1973년 함께 은퇴할 때까지 환상적인 콤비로 동업했다. 회사에 자식들 끌어들이지 않았다. 학벌을 무시하고 오직 끈기와 실력을 존중했다. 은퇴 후에는 최고기술고문 직함으로 있으면서 사망할 때(1991년)까지 재단에만 관여했다. 

 

2륜차는 세계 1위, 4륜차는 세계 Top5의 실적을 달성했다. 1988년에는 F1 경기에서 16전 15승을 거두었다. 그 후 미국 유럽 회사들이 흥미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여 F1에서 철수했다. 2015년, 마침내 그의 꿈이던 제트기까지 생산 판매하기에 이른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믿지 않은 도전이었다. 

 

'꿈의 힘', Power of Dream! 
혼다 소이치로의 신념이었다.

 

첨언:1990년대 국내 자동차업계에 일본 자동차업계 임원출신들을 영입하는 붐이 있었다. 우리 회장이 한 말이 생각난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가 혼다차 임원출신은 뽑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그들은 폐계 ㅡ알을 낳지 못하는 닭ㅡ다. 회사에 모든 걸 다 쏟아놓고 나와서 귀사에 줄 게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30년만에 혼다 소이치로 선생을 다시 읽으며 그 말을 마침내 확실하게 이해했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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