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언론이 정치적 양극화의 장본인이다

2023.02.24 06:00:00 13면

 


꼭 다루고 싶었다. 그러나 시의성을 잃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주제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뒤로 미뤘다. 두 달이 다 된 시점에서 이 이슈를 끄집어냈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갈수록 악화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선일보가 눈길을 끈 신년기획을 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나의 나라, 두쪽 난 국민’이란 이름으로 6일간 연속보도를 했다. 1월 3일자 《국민 40% “정치성향 다르면 밥도 먹기 싫다”》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를 포함, 매일 2∼3면을 할애했다. 기사 내용에는 ‘정치성향이 다르면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이 불편하다는 답도 42%에 달했다’는 조사내용도 담았다. ‘정치적 양극화가 우리 일상까지 지배하며 국가적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우려도 했다. 


이 신문은 신년호인 1월 2일자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신년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했던 것처럼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는 상징성을 띤다.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은 고전적 가치 중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문제 제기는 적절했다. 그러나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공감을 자아내기엔 크게 부족했다. 이 여론조사를 다루는 방식이 갈등 유발형 편집이었다. 3일자 2면에 《민주당 지지층, 정권 바뀌자 “방역 잘한다” 84%→33%》라고 통제목을 달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24%에서 87%를 늘어 변화폭이 더 컸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층이 더 문제인 것처럼 부각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책임을 간과했다. 1월 5일자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인터뷰는 “김어준·가세연 출연 정치인들 한심, 국가경영 자격 없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문제의 원인을 새로 출현한 미디어로 국한했다. 국민분열 해소의 출발점이라며 사설에서 제시한 대책도 피상적이다. ‘양극단 지지층에 정치인이 영합하고 있다’거나 ‘국민분열엔 정치인과 지지층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훈계하고 있다. 


뼈대 있는 언론이라고 자처하는 전통언론의 정파성이 정치적 양극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전통언론이 역할을 바로 했다면 독자들이 유튜브나 SNS를 찾았겠나 돌아봐야 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김대중정치학교장이다. 김대중 정신을 한국 정치에 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지난해 정치학교 1기 수강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아무리 서운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권자인 국민을 탓하지 말 것을 후배 정치인들에게 당부했다”는 취지로 특강을 했다. 


라디오 청취률 1위를 놓치지 않았고, 새로운 유튜브 방송 시작 4일 만에 구독자 수 100만을 돌파한 방송인과의 대담에 출연하는 정치인을 두고 ‘한심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건 독단이다. 유권자인 청취자를 모독하는 발언이다. 구미에 맞는 발언을 해주는 취재원을 과포장해주는 것도 통합을 저해한다. 조선일보의 신년기획이 공감을 받지 못했다. 전통언론이 조장한 정파성을 조사에서 뺏기 때문이다.

최광범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