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하곤 하는 경기도 지역 물류센터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기억하기조차 끔찍한 화마 재앙을 겪고도 물류창고 건설현장이 안전관리 허점을 온전하게 보완하지 않은 채 ‘대형인재 화약고’처럼 남아있다는 것은 미개한 안전의식을 증명하는 것이다. 안전교육 강화는 물론 엄중한 규제·감시, 관련 법·규정의 완비가 시급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도내 물류창고 건설현장 50곳에 대해 도·시군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물류창고 공사현장 10곳은 도에서, 나머지 40곳은 시군에서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시스템 비계 설치 미흡 등 안전 관련 문제점 145건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문제점들은 안전 난간대 및 계단 설치 미흡이 22%인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스템 비계 설치 미흡 29건, 소화기 설치 미흡 27건, 추락 방지망 미흡 14건, 전기 분전함 관리 미흡 13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6건에 대해 곧바로 현지 시정을, 나머지는 개선권고(68건) 및 조치요구(3건)를 집행했다. 

경기도 지역의 물류창고화재는 기억을 돌이키기조차 수치스러운 대형사고들이다. 도내에서는 2015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화재로 2명,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38명, 2020년 7월 용인 양지SLC 물류창고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또 2021년 6월 이천시 마장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1월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팸스 물류창고 신축 현장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사상자(사망 3, 부상 2)를 냈다. 특히 이 불은 화재진압과 인명 수색에 나선 송탄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3명이 순직하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6월 물류창고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을 제작, 시군 및 주요 사업장에 배포했다. 또 국토부는 오는 2026년까지 물류시설 맞춤형 화재 안전 규정 개발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대형 물류창고 공사현장에 의용소방대원 화재안전지킴이를 배치해 안전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 안전사고가 거듭되는 현상의 원인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 중에도 가장 심각한 것은 공사현장에 있는 관리자들과 노동자들의 안전의식 수준이 아직도 형편없다는 점일 것이다. 사고 가능성을 백방으로 열어놓고 조금도 틈이 없도록 예방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대원칙이다. 안전사고의 악귀들은 ‘설마’하는 안일한 태도가 만연하는 곳을 노린다.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만반의 교육과 준비가 매일 매시 점검돼야 한다.

 
경기도는 화재안전지킴이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올해부터 각 사업장으로부터 ‘화재안전관리계획서’를 받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관련 법·제도의 완비 또한 소홀하지 말아야 할 과제다. 불법·편법이 파고들 여지를 남기고 있는 허술한 법·규정은 현장의 안전관리가 느슨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철두철미한 대책과 허점을 철저히 보완해 경기도에서 다시는 물류창고 대형화재 같은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인재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