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방일, ‘굴종’ 의구심 지울 성과 나와야

2023.03.15 06:00:00 13면

대통령 용단, 외교성과 뒷받침 안 되면 ‘위기’ 부를 수도 

한·일 간 최대 외교 쟁점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간 기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변제 방식의 판결금 지급 방침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은 즉각적으로 극렬하게 갈리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돌파 의지를 피력한 윤 대통령과 집권당 국민의힘은 국익을 위해 지금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 중이다.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은 ‘계묘늑약’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 발표 다음 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김대중-오부치 정신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언급한 대선 공약을 거론한 뒤 “강제동원 문제를 조속히 풀어내고, 한일 간 경제·안보·문화 분야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초기부터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외교부에 해결 방안을 주문했고,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과 진보 단체의 반발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반역사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 및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와 배상촉구 결의안’을 처리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정부 해법은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으로 역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라고 규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판 수위도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정부가 발표한 배상안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라며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13일에도 “일본의 통절한 사죄와 반성에 기초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아니라 ‘김종필-오히라 야합’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여론의 촉각은 16~17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과 오는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쏠려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은 단순히 한·일 양국만의 외교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말하는 ‘미래지향적 결단’이라는 표현의 저변에는 날로 뚜렷해지는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연합과 한미일(한국·미국·일본) 공동 방위체제 구축이라는 급속한 정세변화에 맞물려 있다. 


외교 문제를 놓고 정치꾼들이 침소봉대로 정쟁을 일삼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정권이 서투른 모험으로 국민 정서를 그르치는 것도 옳지 않다. 이해당사자는 물론, 야권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과정도 없이 ‘용단’의 개념으로 추진되는 외교는 기본적으로 모험이다.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가 관건이다. 한일 외교 정상화의 시급성, 중요성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바빠도 ‘바늘을 허리에 매서는 못 쓴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국익을 위해서,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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