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유동성 위기 '신흥국 行'···"국내 은행, 우려 수준 아냐"

2023.03.20 13:19:30 5면

SVB 이어 CS도 유동성 위기···UBS, 32억 달러에 인수
금융 시스템, 그물망처럼 엮여 신흥국에 부정적 영향
국내 은행, 지난해 예수금 감소 아닌 증가율 둔화
"하위 채권 수요 저하·기업 채권 확대에 스프레드 확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시장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퍼지면서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내 은행권은 펀더멘털이 양호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20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는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SNB)은행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CS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9대 투자은행(IB)으로 최근 재무구조가 악화한 가운데 미국 SVB 파산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CS가 무너지면 규모만큼이나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엄청나 미국 금융당국이 스위스 당국과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 등의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 불씨는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주요국 중앙은행 등은 자국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강조하지만 그물망처럼 얽힌 금융시스템 특성상 선진국 은행의 위기는 신흥국에 환율 절하, 채권 스프레드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인 단기 자금 시장의 신용경색 정도를 나타내는 TED스프레드는 지난주 급등하기 시작했다. TED 스프레드는 미국 재무부채권(Treasury Bill)의 'T'와 유로 달러(Euro Dollar)의 'ED'를 합한 지표다. TED스프레드가 상승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이 부족해지고, 달러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신흥국에서는 극단적으로는 '채무불이행'까지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은 유동성 부족을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겠지만 길어진다면 신흥국의 은행 시스템은 충격을 버티기 어렵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를 지적한 바 있으며, 하위 등급 신흥국의 은행시스템에 대한 타격은 복합 위기를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국내 은행에 대해서는 유동성을 비롯해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양호해 글로벌 은행에 대한 우려가 국내 은행에는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은행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 보조금 축소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예수금이 감소했으며,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수금 감소는 은행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야기한다. SVB은행 파산도 뱅크런 때문에 촉발됐다.

 

반면 국내 은행은 예수금 증감율이 전년대비 소폭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4% 수준을 넘어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도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은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광열·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회피 심리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크레딧도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하위 등급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저하된다. 상위 등급도 낮아진 스프레드 수준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 확대 기조를 고려할 때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시형 기자 ]

박시형 기자 meeloo@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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