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디지털 세상이 보여주는 진실의 안과 밖

2023.06.26 10:31:40 16면

118. 서치 2 -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지난 2월 국내 극장 개봉 당시 41만 명이라는 비교적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세간의 화제를 얻는 데는 실패했던 작품 ‘서치 2’는 영화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서치 2’는 매우 영리하고 똑똑한 영화이다. 어느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작 ‘서치 1’처럼 ‘서치 2’도 누군 가를 찾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만 연작의 특징을 가질 뿐 두 영화는 연관성이 없다.

 

1편의 원제는 그대로 Searching(수색)이고 2편은 Missing(실종)이다. 이건 내용 면에서 큰 변별력을 보이는 대목이다. 서사의 구성 면에서 2가 1보다 진화했다. 영화가 훨씬 풍부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두고 사람들이 별다르게 뜨거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1편과 달리)은 영화를 따라가는 ‘정서’가(‘기술’이 아니라) 점점 더 MZ 세대 중심이기 때문이다.

 

영화 ‘서치 2’는 디지털 세계의 기술적 다양함을 넘어선, 믿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구사할 줄도 모르는 올드 세대 관객들에겐 그 서사(敍事), 곧 줄거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화가 중간중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서치 2’는 애초부터 올드 세대 관객들을 껴안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아예 배제하고 간 셈이다. 기획부터 영화의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영화는 비교적 단란한 가족을 보여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곧이어 전개되는 아빠의 죽음, 부성의 부재 속에서 자란 18세 된 딸과 43세 엄마의 일상에 대한 얘기이다. 배경은 LA이다.

 

엄마 그레이스 엘렌(니아 롱)은 남편에 대한 상처를 잊고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싱글 맘이다. 그녀는 최근 케빈이라는 동양계 남자(켄 렁)와 연애 중이며 그와 함께 콜럼비아 여행을 떠날 참이다. 그래서 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청소년 딸 준(스톰 리드)이다.

 

그레이스는 딸을 준버그(우리 식으로 라면 똥강아지 준)라고 부르며 당연히 딸 준은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엄마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에 짜증을 낸다. 엄마 그레이스는 남친과 여행을 가기 전 자신의 친구이자 가정문제 전문 변호사인 헤더(에이미 랜테커)에게 딸을 좀 들여다봐 달라고 부탁한다. 당연히 이 문제도 딸 준은 엄마에게 부글부글 성질을 부린다. 자신의 나이엔 더 이상 보모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영화 초반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스릴러 영화일 수록 모든 인물에 복선이 깔려 있다. 영화 속 사건을 풀어 가는 해결의 실마리, 그 답은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 그레이스는 딸 준에게 자신이 LA로 돌아오는 날 공항에 픽 업을 나와 달라고 한다. 며칠 신나게 파티를 즐겼던 준은 엄청난 숙취 때문에 가까스로 일어나 구글에서 서비스 업체를 찾아 내 난장판이 된 집의 청소를 맡기고 공항으로 엄마를 마중 나간다. 이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그녀의 모바일 폰에 셀카 녹화 형식으로 담겨진다. 하지만 엄마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다. 엄마는 실종된다. 남자 친구도 없어진다.

 

FBI 수사관인 일라이저 박(다니엘 헤니)이 개입한다. 콜럼비아 현지에서는 일종의 흥신소 역할을 하는 서비스 프리랜서 자비(조아큄 알메이다)가 준의 의뢰로 현지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구글 맵이 동원되고 준은 두 사람의 셀 폰 내 위치 추적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준의 개인 서칭은 디지털 기기의 모든 기능을 총망라시킨다. 심지어 엄마와 엄마 애인이 다녔던 콜럼비아 내 유명 관광지의 CCTV까지 원격 조종으로 열어 볼 정도다. 그녀의 기술, 요즘 아이들이 디지털 기능을 이용하는 수준은 실로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영화는 수사관 일라이저 박, 곧 다니엘 헤니가 전화 목소리 만에서 비로서 얼굴을 드러내는 중반쯤부터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엄마의 애인 케빈이 사실 사기 전과가 있는 남자라는 것이 알려지고 이 모든 것이 그가 엄마의 돈을 노리고 일으킨 사건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사게 된다. 이윽고 콜럼비아의 CCTV나, 케빈의 모든 SNS에 실린 여행에서의 사진 속 여자가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닮은 대역이라는 엄청난 사실이 드러난다.

 

엄마 그레이스는 콜럼비아로 가기 전, LA 공항으로 가는 우버 택시 안에서 이미 납치돼 실종된 것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더욱더 수상한 것은 지금까지 준이 알고 있었던 엄마의 이름 그레이스도 12년 전 한번 바뀐 적이 있다는 것이며 이전에 다른 정체가 있었음이 알려지게 된다. 이쯤 되면 엄마는 납치, 실종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점입가경이다. 엄마는 실종됐을까. 딸을 버리고 사라졌을까.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살해됐을까.

 

 

영화 ‘서치 2’는 화려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이야기 구조이지만 두 가지 다른 측면에서 주목할 거리가 준다. 디지털이 전하는 수많은,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그 난장판의 이야기도 사실은 진실의 조각에 불과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모든 것이 조작될 수 있고 그 조작 여부도 사용자의 취사선택에 따라 선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준도 그렇고, 그레이스도 그렇고, 케빈도 그렇고, 언제든지 모두들 위치 추적기를 끌 수 있으며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기분과 특정 목적에 따라 계정을 폭파시킬 수 있으며 아니면 가상의 계정을 만들어 다른 사람인 양 정체를 숨길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상당수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영화는 그 ‘리얼’을 보여 줌과 동시에 디지털 세상이 지닌 허구, 곧 디지털은 사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척, 그 안에 담겨 있는 팩트들이 상당 부분 ‘해석이 필요한 진실’임을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진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믿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사이비 욕망이 만들어 내는 가상의 세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믿고 있는 가정의 가치가 실제로는 많은 허점과 구멍을 지니고있다는 점이다. 진짜 가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성도 마찬가지이고 부성도 마찬가지이다. 그건 훈련되고 쟁취되는 것이지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다들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맞다 꼬시는 것이다. 영화를 보시라는 것이다. 결론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해피 엔딩이어서 다행이라는 점 정도이다. 그러나 모르겠다. 실제 삶은 꼭 해피 엔딩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서치 2’는 할리우드 영화이다. 할리우드는 해피 엔딩을 좋아한다. 감안해서 봐야 할 영화라는 얘기이다.

오동진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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