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미디어산책] 막장드라마의 진화

2023.07.26 06:00:00 13면

 

도깨비, 응답하라1988,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모범택시 등. 내가 본방사수한 드라마다. 요즘엔 몰아볼수 있어 본방사수가 별 의미 없지만 재미있으면 몰입한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라도 재미없는 드라마는 안본다. 내용이 건전하고 좋은 메시지 전달한다고 재미없는걸 보지는 않는다. 재미와 시청률은 드라마 생존의 기본이다.

 

오로라공주, 아내의유혹, 왔다장보리, 조강지처클럽, 임성한, 김순옥 등. 소위 유명세를 탔던 막장드라마와 대표적 작가다. 막장이라 비난하지만 아무나 못쓴다. 막장이어도 시청률이 담보되었기에 이 작가들이 살아남은거다. 각자 시청률 20% 이상씩은 항상 들고 다녔다.그래도 욕은 먹는다. 욕하면서도 드라마는 또 본다.

 

막장드라마란 말이 우리사회에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쯤이다. 임성한의 일일연속극 등이 이말의 생성에 기여했다. 김순옥의 아내의유혹(2008)이 막장드라마에 마지막 점을 찍고. 통상 일반적 상식이나 도덕기준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자극적이고 이야기 흐름이 개연성 없이 전개되는 드라마를 말한다. 불륜으로 가정이 파괴되고 이를 응징, 복수하는 과정에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 극단적 고부갈등, 재벌가와의 관련 등이 적당히 조미료로 뿌려진다. 막장드라마의 공식이다. 너무나 익숙하다. 일본도 막장드라마가 있으며 남미의 텔레노벨라는 그 수위가 민망할 정도다. 극단적 재미를 탐닉하는건 인간의 본성인지 모른다.

 

고전문학의 최고봉인 세익스피어 작품도 실제론 통속적이다. 그리스신화에는 근친상간과 존속살해도 등장한다. 그래도 우린 세익스피어나 그리스신화를 고전의 원전으로 해석하고 응용한다. 힘들때 매운 음식 찾듯이 재미없는 삶속에서 현실과 다른 지독히 자극적인 내용에 빠져 대리만족하고 감정몰입을 한다. 막장드라마의 순기능이다. 현실의 고통 대신 욕망의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나보다 더 나쁜 시어머니 욕하면서 스스로 나는 괜찮은 시어머니라 자위할 수 있는 핑계거리도 주고. 2022년 TVN우리들의블루스가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개선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장기기증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다 안다. 모든 드라마가 재미도 있고 좋은 드라마면 더 바랄게 없는데 그건 어렵다. 그동안 막장드라마는 방송사 입장에서 최소한의 투자와 노력으로 시청률을 담보받을 수 있는 안전판이었다.

 

80-90년대에는 농촌드라마도 있었다. 당시 우리사회는 드라마에도 사회발전과 통합의 계도적 역할을 요청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가가 그러하듯. 이젠 세계 최상위권의 드라마왕국이다. 과거형태의 막장드라마는 더이상 소구력이 없다. 배용준을 일본여인의 욘사마로 만들었던 겨울연가에도 막장코드는 있다. 기억상실증 등의 클리셰가 작동한다. 그래도 겨울연가를 막장드라마라고 안한다. 오히려 그런 클리셰가 순애보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대중사회의 문화상품이다. 시대에 따라 담는 내용이 달라져야 잘팔린다. 임성한의 데쓰노트로 유명한 오로라공주처럼 아무 개연성 없이 출연자들이 12명이나 죽어나간다면 지금 시대에 그런 시청율은 나올수 없다. 수준높은 장르물이 다수 만들어지는 요즘 리얼리티의 부재는 드라마에 치명적이다. 드라마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장치를 포함할 수밖에 없고 그중에는 소위 막장코드가 많지만 과거처럼 자극적으로 개연성 없이 늘어놓아서는 시청자의 눈을 못잡는다. 중요한 것은 막장코드를 사용해도 어떻게 사용하여 스토리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격이 달라진다. 막장드라마와 명품드라마의 차이는 거기서 갈라진다.

 

JTBC의 밀회나 스카이캐슬은 막장코드를 쓰면서도 세련된 드라마로 격상시킨 대표적 사례다. 과거 스타일의 막장드라마는 이젠 설 자리가 없다. 사회진화와 함께 변한 세태와 시청자를 스토리 안에 짜임새있게 녹여내야 한다. 막장드라마는 진화해야 한다. 그게 막장이든 명품드라마이든 살아남기 위해서.

김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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