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어떤 외로움

2023.07.28 06:00:00 13면

 

4년 만에 그녀가 한의원을 방문했다. 이전에는 혈압과 당뇨로 인해 내원했었는데 이번에는 팔목이 아프다. 몇 달 전에 우연히 넘어졌는데 팔목에 금이 갔고 한 달 가까이 깁스를 하고 얼마 전에 풀고 나서 일상에서 사용했더니 다시 붓는다. 시간이 지난 것에 비해 치료가 느려서 몸의 진단을  해보니 자율신경의 에너지와 심장 기능이 모두 저하되어 있다. 단지 팔이 다친 것이라고 하기는 4년 전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던 그녀를 떠올리니 의아하다. 그동안 좀 힘든 일이 있으셨어요 하고 물어보니 과연 최근 몇 년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물으니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원하시면 말씀하셔도 되어요 하니 남편이 갑자기 저세상으로 갔다는 말을 하면서 울먹이신다. 얼마 전 은퇴해서 시골에 집도 사놓고 가꾸면서 살자고 먼저 내려가 준비하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3년 전 쓰러졌다.

 

이제 애들도 다 키워놓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일만 남았는데 먼저 가버린 남편이다. 워낙에 잘 웃고 밝은 표정의 그녀의 얼굴 속에 누구도 눈치채기 어려운 외로움과 쓸쓸함이 숨어있었다. 3년이 지났는데 최근까지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가 얼마 전부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아직 정말 가까운 사람 말고는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간혹 인사를 나누곤 하는 아파트 옆집도 그렇다. 안부 인사로 건네는 “남편분도 잘 계시죠”라는 말에 한 번 더 남편이 생각나서 가슴이 무너진다. 시골집에는 아직도 가면 남편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시골집에 못 가게 말린다고 했다.

 

인간이면 아마도 누구나 어느 순간 경험할 감정이다. 외로움(loneliness)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느끼게 된다. 낯선 환경에서 혼자서 적응 할 때, 혹은 그녀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였을 때 등 혼자가 되었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관계의 양보다 질에 영향을 받는다. 고독(solitude)과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20세기의 종교학자인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이에 대해 “우리의 언어는 현명하게도 혼자 있음의 두 측면에 대해 각기 다른 단어를 남겼다. 혼자 있음의 고통에 대해서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혼자 있음의 영광에 대해선 고독이란 단어를”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삶을 돌아보고 의미를 재점검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변화 가능한 감정인 외로움을 이해하고 돌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연구들은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때 뇌의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며 매일 담배 15개비씩 피우는 것처럼 건강에 해롭다고 말한다.

 

의욕이 없다는 그녀에게 혈관 검사 결과를 보여드리면서 지금 돌보지 않으면 이곳저곳 아프면서 사는 동안 고생하실 수 있다고 운동을 잘 챙기시고 다음에 올 때 다시 체크해보자고 말을 건넸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공원을 걸었더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면서 의욕을 보인다. 안도감이 든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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