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프랑스 역사기행] 패션왕 나폴레옹

2023.08.18 06:00:00 13면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폴레옹은 그의 방식으로 19세기 초 패션의 계승자이자 복원자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그는 집권한 후, 남녀 복장을 프랑스 왕정의 존경할 만한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개혁했다. 하지만 그의 패션은 개인의 주요 신체적, 도덕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누구나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심플하고 엄격한 제복을 강조했다. 이는 전적으로 나폴레옹 황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가 제정한 남성복은 파란색 또는 검은색 프록코트, 회색 또는 검은색 바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넥타이로 구성해 고급 모자와 부츠로 옷차림을 완성했다. 코트는 엄격하게 재단되었고, 반짝이는 단추가 두 줄로 늘어져 닫힐 수 있었다. 바지는 스키니로 재단하고, 신발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 광을 냈다.

 

큰 행사의 경우, 남자들은 재킷, 조끼, 깃털로 장식된 롱코트를 입을 수 있었다. 공식적인 상황에서, 군인들은 빨간 코트와 흰색 팬츠를 입었다. 민간인들은 짧은 재킷과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여성복은 보통 훨씬 더 장식적이고 부피가 큰 드레스와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포함했다. 이 스타일은 나폴레옹 통치 기간 절정을 이뤘고 곧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도 나폴레옹 스타일은 각종 영화, 비디오 게임, 연극 공연에서 인기를 누린다. 디즈니 크루엘라(Cruella)의 주인공들은 나폴레옹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입고 있다. 마돈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 아티스트도 무대 공연을 위해 이 스타일을 선택한다. 루이뷔통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그들의 컬렉션에 나폴레옹 패션의 요소들을 계속해 접목시키고 있다. 나폴레옹은 이처럼 당대를 넘어 현재까지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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