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보약] 화- 분노의 에너지를 삶으로 전환하기

2023.08.25 06:00:00 29면

 

 

처음 내원한 그녀가 기록한 예진 설문지를 보고 살짝 놀랐다. 복용하고 있는 약이 종류가 12가지로 약의 개수가 많기도 했지만 조목조목 모두 적었기 때문이다. 드문일이다. 성인병 2가지, 자가면역질환 2가지, 만성통증과 여성호르몬제까지 복용하고 있는 그녀는 다리가 너무 저리고 아파서 내원했다.

 

심박변이도검사의 자율신경의 에너지 저하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녀에게 몸과 함께 마음을 잘 돌봐야 좋아진다고 하니 그녀는 “제가 스트레스가 좀 많아요” 하며 눈물을 울컥 흘린다. “남편사업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크게 실패했어요. 제가 일해서 빚갚고 생활비하고 하느라 힘들었는데 요즘도 남편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벌려요. 그것도 모자라 집에 들어오면 힘들다고 저에게 짜증을 내니 너무 화가 나요, 왠만하면 참는데 어제도 남편이 그래서 그만하라고 참다참다 화를 냈더니 또 남편이 화내고 삐지고 해서 또 힘드네요.”

 

그녀가 낫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극심한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뿐만아니라 면역내분비 계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다양한 병으로 이환된다. 분노와 억울등의 감정을 계속 억누르고 내면화하면 화병으로 발전해 우울, 불안 혹은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의 많은 서적에서는 치료와 함께 분노를 잘 조절하기 위한 수양을 말한다. 동양의 수행법에서 비롯된 마음챙김명상은 감정과 생각,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것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호흡과 기공 등의 방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나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인지 살핀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경험한 후 어떤 생각이 스치면서 화가 났는지를 관찰하고 이해한다.

 

책(분노와 용서)에서 마샤 누스바움은 “분노는 그 행위가 정말로 부당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잘못한 사람이 고통을 받기를 바라는 소망을 항상 포함하고 있다. 피해를 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심각한 부당행위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면 이러한 보복적 소망은 말이 되지 않는다. 행위를 한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고 해서 무엇이든 간에 그가 야기한 피해가 취소되거나 상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이성적인 사람은 실제로 가해졌거나 의도되었던 피해에는 초점을 맞추되 복수라는 무의미한 생각해서는 방향을 돌려 미래에 유용하거나 좋은 것을 추구함으로써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위의 그녀에게 힘든 남편과 헤어지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남편이 그렇게 절 아껴요. 그게 저도 그렇고 애들도 눈에 보여요.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요"라고 하며 얼굴이 밝아진다. 그녀에게 "지금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데 집중하세요, 감정을 살피고 무엇을 원하는지 자문해보세요. 남편에게 화가 날 때 참기보다는 원하는걸 표현하시고요. 그래야 살지요" 했다. 그녀의 변화에 응원을 보낸다.

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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