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소통풍경탐구] 잼버리 실패, 징비록이 필요하다

2023.08.28 06:00:00 13면

 

다시 써야하는 징비록

징비(懲毖). 잘못을 묻고 이후의 근심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에 있는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과 전시 군사 최고직을 지낸 류성룡의 징비록이 대표적이다. 그는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의 원인과 7년의 전란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개인과 조직은 어떤 일에 크게 실패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국가의 경우에는 그 폐해와 부작용, 전국민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징비가 더욱 더 필요하다.

 

잼버리 대회의 성공 경험과 실패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4년마다 주최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축제이다. 14세에서 17세까지의 전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이번 세계 잼버리 대회는 전북 부안의 새만금에서 열려 158개국에서 4만 3천 여명이 참가했다.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려 세계 잼버리 대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1991년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17회 잼버리가 열렸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공적 개최가 2017년 개최지 선정을 결정할 때 우리에게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낳았을까.

 

준비 과정의 부실

2017년 개최지로 선정되고 6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범정부적으로 준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말이다. 예컨대 1년 단위 계획과 추진이 연차별로 잘 계획되고 추진되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작년 국회에서 질의를 통해 나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은 잘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샤워장 성범죄’를 문화간 차이로 발생한 경미한 사안으로 인식한 듯한 대응도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Draw your Dream! 너의 꿈을 펼쳐라!”이다. 전세계에서 참가한 지도자와 청소년들이 4만 3천 여명이다. 이번 대회가 어떻게 기억될까. 그 기억이 폐막식장에서의 K팝 콘서트라고 한다면 ‘잼버리“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는 악몽일 수 있다. 대회가 4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두 번 참가는 불가능하다. 청소년 시기 한국 잼버리 경험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안스러울 정도이고,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우왕좌왕과 전체주의적 발상의 귀환

야영장 철수가 이어지면서 플랜B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플랜B는 원래 계획의 실행이 어려워질 때 그 대안 계획을 말한다. 정부 부처와 조직위원회의 우왕좌왕하는 사태 수습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했다. 폭염, 태풍 기상 상황의 급격한 변화나 재해 발생, 야영장에서의 안전 등 대안 계획이나 대체 프로그램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K팝 콘서트에 아이돌 스타 출연에 대한 논란에서 권위주의적 시대의 동원국가 내지는 전체주의적 발상이 표출되기도 하였다. 대규모 참가자 수가 이를 방증하듯이 우리에겐 민주화와 경제 발전 등 문화적 선진국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크게 상심하였다. 또 세계에 비친 한국의 국가이미지 추락은 어쩔 것인가. 징비록을 써야 한다.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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