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도시기행] 명태의 고장 함흥-흥남

2023.11.28 06:00:00 13면

 

동해안에 위치한 함흥-흥남은 오래전부터 이름난 명태어장이다. 함흥에서 동쪽으로 흥남 항구가 있다. 항구가 생겨나기 전 서호진 앞바다에서 명태가 많이 잡혔다. 명태가 많이 잡혔으므로 가공시설도 발달했다. 특히 흥남이 화학공업도시로 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명태수요도 많았다. 멘타이코로 불리는 명란젓은 일본인들이 함경도 특산인 명란을 가져다 만든 것이다.

 

명태는 김장철인 지금 적기이다. 11월부터 1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특히 12월과 1월에 많이 잡힌다. 명태를 넣으려고 일부러 김장을 늦추기도 한다. 1980년 중반부터 명태가 사라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금태가 되었다. 명태가 한창 잡히는 성어기에는 항구에 명태가 산처럼 쌓여 그것을 가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지금은 명태 치어를 방류해서 명태생태계를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

 

명태의 고장인 함흥-흥남 지역은 명태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명란은 소금에 한번 절인다음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고 삭혀서 먹는다. 짠 맛의 명란젓이 아니라 새콤한 맛의 명란젓을 만든다. 창란젓은 명태 내장을 손질해서 고춧가루 마늘에 버무려 만든다. 명태식해는 명태를 좁쌀과 버무려 발효시켜 먹는다. 혹은 좁쌀을 넣지 않고 명태를 버무려 따뜻한 곳에 하루 이틀 발효시켜 먹기도 한다. 명태깍두기는 무에 명태를 넣어 만든 것이다. 김치에 명태를 넣으면 명태김치가 된다. 미역국에 소고기보다는 명태와 두부를 넣는다. 명태 내장으로 매콤한 탕을 만든다. 명태는 비늘이 적고 담백하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김치에 명태를 넣으려면 몇칠 전에 명태를 손질해 삭혀야 한다. 절여진 배추에 삭힌 명태를 버무려 넣고 육수를 붓는다. 육수를 넣은 이유는 잘 발효되라고 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김칫물을 먹이 위해서이다. 발갛게 발효된 김칫물로 국수 육수를 만든다. 큼직한 무도 썰어 김장 사이에 넣는다. 명태김치는 금방 소비하기보다 40일~60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김장포기가 물에 잠겨있기 때문에 발효가 잘되어 쩡한 맛이 난다.

 

함흥-흥남은 유명한 명태 어장으로 가공시설도 발달했다. 명태를 손질하는 기계로부터 냉동하고 저장하고 가공한다. 한 때는 제일 좋은 명란을 일본에 수출했다. 패망은 했어도 명란 맛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외화가 필요한 국가가 있다. 명태는 잡히는대로 전국 각지로 실어 나른다. 명태는 중국에 까지 수출되었다. 산간오지 어디에도 명태가 들어갔기에 명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북쪽에서 한창 김장을 담는 시기이다. 지금은 어획량이 형편없어 명태를 모르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산에 비해 크기도 작고 맛도 좋은 함경도지역 동해안 명태가 그립다. 치어를 방류한다고 하지만 산처럼 밀려오던 그 시절처럼 명태의 자연생태계를 복원할지는 미지수이다. 명태 고장인 함흥-흥남의 황금어장이 복원되기를 바란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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