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단속을 피해 도망가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가 1심에서 이례적으로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넘어서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5일 인천지법 형사6단독 김지영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를 충격해 위법성이 크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200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신체가 절단될 정도로 크게 다치고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했다”며 “유족들이 입은 충격과 고통이 매우 크고 피고인이 용서받지도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7일 오후 9시 15분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사거리 일대에서 술에 취해 SUV를 몰다가 인도에 서있던 B씨(48)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 이상인 0.186%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경기도 시흥에 있는 식당에서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에 치인 B씨는 머리를 다치고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큰 부상을 입어 사고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날 B씨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숙소 앞에서 A씨의 차량에 치었다.
B씨는 돈을 벌기 위해 어린 두 자녀를 자택이 있는 충남에 두고 혼자 인천으로 올라와 화물차 운전을 하고 있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위험운전치사와 음주운전 혐의로 동시에 적발된 경우 권고형 범위는 징역 4년~8년 11개월이다.
하지만 김 판사는 A씨의 범행에 위범성이 크다며 정상참작 없이 권고형의 범위를 넘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