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성 성신사 고유제, 지역의 문화·역사 전통되길

2024.03.07 06:00:00 13면

소중한 무형문화유산 가치..역사문화도시 수원 정체성 부합

수원시 팔달산 중턱엔 성신사(城神祠)라는 건물이 있다.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건설 과정과 제도, 의식 등 모든 사항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남긴 조선왕실의궤인 ‘화성성의궤(華城城役儀軌)’에는 성신사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병진년(1796년) 봄 특교(特敎)로 집터를 잡으라는 명령이 계셔 택일하여 사당을 지었다’라는 기록과 함께 “화성의 준공을 앞두고 제일 먼저 해야 할일은 좋은 날을 가려 성신묘(城神廟)를 세우는 것”이란 정조대왕의 어명도 들어 있다.

 

정조대왕은 “때에 맞춰 제사를 지냄으로써 나에게 수(壽)를 주고 복(福)을 주며 화성이 만세토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제문(祭文)을 직접 짓고 향을 내렸다. “고유제의 제품은 7가지, 폐백은 없고 축문은 있게 하라. 해마다 봄가을(음력 1월, 7월) 첫 달 좋은 날에 수원유수가 헌관이 되어 고유제를 지내라”는 왕명(有旨)도 함께 내렸다. 이는 성신사가 그만큼 중요한 화성의 시설물이라는 뜻이다.

 

성신사는 팔달산 오른쪽 기슭의 병풍바위 앞에 동쪽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1796년 봄 7월 11일 고유제를 올리고 터를 닦기 시작해 9월 19일 ‘화성성신지주(華城城神之主)’라는 위판을 봉안하고 고유제를 지냈다. 성신사 고유제는 전기한 것처럼 수원화성 성신사 고유제는 새로 건설한 수원화성이 만세토록 보존되고 수원 백성의 태평성대를 기원했던 의식이었다.

 

성신사 고유제는 100년 이상 지속됐으나 일제에 의해 성신사가 훼철되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1899년 편찬된 ‘수원군·읍지(水原郡·邑誌)’에도 소개되고 있지만 일제가 민족정기와 왕기가 깃든 화성행궁을 파괴하면서 함께 없앴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는 성신사를 헐고 이 자리에 신사를 지으려 했으나 수원사람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성신사는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던 중 화성연구회 회원들이 각종 문헌 자료 연구를 통해 성신사 위치를 확인한 뒤 매년 연초 ‘성신사 중건을 위한 고유제’를 지내며 중건 캠페인을 펼쳤다. 2004년 지표조사 때는 '왕(王)'자가 새겨진 기와 파편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에 수원시는 성신사를 중건 복원하기로 결정했고 기업은행도 건립기금을 쾌척했다. 성신사 중건 준공식은 2009년 10월8일에 열렸다. 이후에도 화성연구회의 고유제는 매년 계속됐다.

 

오는 9일 오전 11시 수원화성 성신사 고유제가 팔달산 수원화성 성신사에서 봉행 된다. 예전엔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진행했으나 이번엔 ‘수원시 전통문화 사회단체 지원사업’으로 추진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수원시가 성신사 고유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고유제를 진행하고 있는 화성연구회 관계자의 말처럼 “수원화성 성신사 고유제는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며 오랜 역사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있어 역사문화도시인 수원시의 정체성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고유제는 ‘화성성역의궤’, ‘한글 정리의궤’, ‘일성록’ 기록을 고증하고 ‘사직서의궤’를 참고해 복원했기에 더욱 가치가 크다. 노력 끝에 원형 가깝게 복원된 성신사 고유제가 연년세세(年年歲歲) 수원의 문화·역사적 전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맙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