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태그리스 결제 시스템에 거는 기대

2024.03.27 06:00:00 13면

경기·서울·인천시 실무협의회서 ‘논의기구’ 합의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내 버스·전철 등에서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지나가기만 해도 자동 결제가 되는 ‘태그리스(tagless) 결제 시스템’ 도입을 함께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오세훈표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과도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뉴스여서 부쩍 관심이 쏠린다. 이 문제는 어디가 먼저냐의 논제가 아니라, 철저히 지역민들의 편의성 제고에 관점이 집중돼야 한다. 수도권 광역 지자체들의 ‘태그리스 결제 시스템’ 도입 추진이 수도권 교통문화에 새로운 국면을 개척해내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경기도·서울시·인천시 국장급 실무협의회를 통해 각 지자체에 태그리스(비접촉) 기술 확대 협의기구 마련을 제안해 각 지자체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태그리스 시스템은 스마트폰·교통카드를 찍는 대신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해 교통 비용을 결제하는 체계다. 고속도로 하이패스와 같이 지나가기만 해도 요금이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비접촉 문화를 확산하고 교통 취약자의 편의를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기도는 2021년부터 태그리스 체계를 도입해 현재 도내 광역버스 2828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용인, 의정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 950여 대에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의 태그리스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호환이 안 되는 곳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마다 캐시비, 티머니 등 다른 업체의 태그리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권역을 오가는 이들은 태그리스가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불편이 크다. 예컨대 경기도 광역버스에서 태그리스 시스템으로 결제한 뒤 서울시 우이신설선으로 환승할 때는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 식이다.


각 지자체는 태그리스 시스템 적용 노선 확대를 위해 이 같은 기술의 호환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우이신설선 등 일부 전철 노선에 태그리스를 적용한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 이 제도를 서울 지하철 1~8호선에도 도입할 방침이다. 인천시도 광역버스 일부 노선 도입을 추진하고, 코레일도 관리하는 전철에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다. 각 지자체는 공동 협의 기구를 구성해 정기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옛날 공상 과학만화에서나 등장했던 ‘태그리스 결제 시스템’은 이제 현실화를 막 시작했고, 추구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 아닌 게 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급속도로 변화는 첨단기술은 상상의 영역을 현대문명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천이다. 기왕에 가야 할 길이라면 미적거릴 이유란 있을 까닭이 없다. 


수도권에 자리 잡고 사는 대개의 국민은 경계가 없는 삶을 영위한다. 경기도와 서울과 인천이란 단순히 나눠진 행정구역일 따름, 삶터와 일터를 따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교통 문제에 관한 한 지자체들은 시스템을 하나로 통일하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도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을 넘어서 빚어내는 갈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태그리스(tagless) 결제 시스템’ 통합 논의를 기점으로 수도권 3권역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문화가 창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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