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의 세상보기]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갈등이 있기 마련

2024.04.22 06:00:00 13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디든 갈등이 존재한다. 갈등은 곧 인간관계에서 유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흔히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를 표현할 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들 한다. 여기서 피는 가족을 의미하며, 물은 가족이 아닌 남(타인)을 가리킨다. 타인은 아무리 가까워도 가족이 될 수 없다. 가족관계에서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 간의 갈등 중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이다. 이를 고부갈등이라고 한다. 고부갈등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며, 순탄한 결혼 생활의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고부갈등은 의견과 가치관의 차이, 이해관계와 감정적인 충돌 등이 그 원인이 된다.

 

고부갈등의 유형은 대체로 세대 갈등과 역할 갈등으로 나누어진다. 세대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말한다. 보편적으로 시어머니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집하는 반면에 며느리는 현대적인 가치관을 지닌다.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역할 갈등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갈등이다. 요즈음 며느리는 주부의 역할과 직장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체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주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수행 능력에 비해 높다. 이러한 기대 수준과 수행 능력과의 괴리에서 갈등이 유발한다. 고부갈등은 가정불화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스트레스, 자녀의 정서적 불안 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고부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고부갈등의 해결 방법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의사소통의 개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고부지간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서갈등도 엄연히 존재한다. 장서갈등이란 장모와 사위 사이의 갈등을 의미한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사위를 ‘백년손님’이라 하여 온 가족의 유일한 단백질원인 씨암탉마저도 기꺼이 잡았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사위가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뺏어갔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위가 딸에게 잘 대해 주지 않을 때, 사위는 장모로부터 낙인찍힌다. 이것이 장서갈등의 발단이다. 일부 장모가 사위에게 “내 딸을 귀하게 키웠는데 자네가 왜 잘해 주지 않느냐?”고 따지고 든다. 이것은 옛날보다 여권이 신장하여 양성평등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사랑을 며느리가 빼앗아 간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에서 오는 것이라면, 장서갈등은 장모 입장에서 사위가 딸에게 잘하지 않는 데에 대한 불만에서 온다. 그러한 불만은 간섭(개입)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든 장모와 사위와의 관계든 다 인간관계다. 그러므로 내가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법이다. 이를 미국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상호성의 법칙을 실천한다면 갈등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문화를 뛰어넘어 사위가 딸에게 잘 대해 주지 않으면 장서갈등이 고부갈등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구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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