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완성된 자산어보, 실학정신을 잇다…실학박물관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2024.05.07 13:44:50 10면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발달장애 작가 39명 참여해 ‘자산어보’ 그림 완성
체험형 미디어 콘텐츠·멀티미디어 자료·점자·음성지원 패널로 ‘실사구시’ 정신 구현
10월 27일까지 실학박물관 기획전시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중에 집필한 바다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가 오늘날 예술가들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자산어보’를 그림으로 묘사해 풀어놓은 전시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가 열리고 있다. 226종의 해양생물을 글로 묘사한 ‘자산어보’를 39명의 발달장애인 작가가 참여해 39점의 그림으로 특징과 잡는 방법, 이동 경로, 쓰임새, 조리법과 맛 등을 풀어놓은 전시다.

 

전시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된 후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배경, 해양생물의 분류 방식, 쓰임새,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 등을 소개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산어보’의 실사구시 정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형 미디어 콘텐츠와 멀티미디어 자료로 제작됐으며 발달장애인들이 참여해 포용이라는 실학박물관의 핵심 가치를 구현했다.

 

 

전시장 입구엔 조태성 작가가 캘리그래피로 ‘자산어보’ 속 해양생물들을 그린 포스터와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집필했던 배경, 자료의 정확성, 당시 사회의 지식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가치, 흑산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자산어보 속으로’가 소개된다. 조현서(서울 대도초 6) 어린이가 작곡한 곡을 배경으로 ‘자산어보’가 미디어 배경 속에 전시된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후대가 쓴 필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2021년 국가 중요 과학 기술자료로 등재된 판본이 전시된다.

 

이어지는 전시에선 멀티미디어 자료로 정약전이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과 내용을 볼 수 있다. 해양생물의 해부도와 벽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자세한 설명을 바탕으로 정약전의 탐구 과정을 따라가 본다.

 

 

체험형 미디어콘텐츠를 통해선 ‘자산어보’ 속 해양생물 분류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가지 분류 카드에 맞게 스크린에선 해양 생물이 분류된다. 정약전이 해양생물 131종에게 붙여줬던 이름들이 본래의 이름과 모습들로 전시돼 그의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 해양생물의 쓰임새를 찾아보며 흑산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실사구시’ 정신도 이해한다.

 

마지막으로 ‘자산어보’ 속 60여 종의 생물들을 그림으로 그린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정약전이 남긴 정보와 실용적 지식들, 사람에게 이로운 학문을 하고자 했던 실학정신, 그 쓰임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자 했던 뜻과 사회적 편견 없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일 실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필국 실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뮤지엄 포 올(Museum for All)’,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표방해 포용성, 접근성, 다양성, 지속 가능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겨있다”며 “현재 전해지고 있는 ‘자산어보’를 해체해 관람객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엘리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기획하며 저서의 내용을 알리고 정약전의 실학 정신을 조명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자산어보’를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시각 매체가 전달력이 높기 때문에 그림을 넣어 자산어보의 텍스트를 전달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정약전의 실학정신과 후대에 쓰임이 많길 바랐던 그의 ‘자산어보’,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그림으로 구현된 그림 백과사전을 볼 수 있는 전시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는 10월 27일까지 실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한편, 이번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전시는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으로 열리게 됐으며, ‘모두를 위한 박물관(Museum for All)’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첫 걸음으로 점자·음성지원 패널, 어린이와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높이의 전시보조물과 쉬운 글 설명, 컬러 유니버셜 디자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요소를 반영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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