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구조조정에 저축은행 부담 가중…중소형사 M&A 전망도

2024.05.15 15:41:37 5면

저축은행권, 2000억 원 규모 PF 펀드 조성 추진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저축은행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최악의 경우 3조 원 이상으로 불어난 추가 충당금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에 따라 브릿지론의 평가 기준이 강화됐다. 그동안 대출금이 연체 상태인지, 부도가 났는지 등만 따져도 됐지만 앞으로는 ▲경과 기간별 토지 매입 상황 ▲인허가 현황 ▲본 PF(착공 후 시공비 등에 쓰이는 대출) 전환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사업장도 유사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그동안 브릿지론 영업에 주력했던 저축은행들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 16곳의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 7조 7000억원 중 절반을 넘는 3조 9000억 원이 브릿지론이다. 같은 시기 저축은행권 토담대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추측된다. 


나신평이 예측한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PF 관련 최대 손실액은 4조 8000억 원이다. 부동산 시장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얼어붙어 경·공매 낙찰가율이 25%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다. 브릿지론 3조 5000억 원, 본 PF 1조 3000억 원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업권이 쌓은 충당금은 1조 5000억 원에 불과해 최대 3조 3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저축은행 업권이 지난해 5000억 원의 손실을 낸 만큼, 증자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PF 부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지난해에는 동양·대신·애큐온·키움Yes·페퍼·한국투자·OK저축은행 7곳의 대주주가 총 6400억 원을 유상증자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중·소형 저축은행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주주의 주식처분 명령이 내려진 상상인저축은행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민국·조은·한화·HB·OSB저축은행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이예리 나신평 책임 연구원은 “미국 JP모건체스은행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것처럼 저축은행 간 M&A를 통해 부실의 불씨가 금융권 전반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 정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2000억 원 수준의 2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9월 330억 원 규모의 1차 펀드를 조성해 지난 3월 집행을 완료한 바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그간 저축은행 업계는 부실 PF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해 왔으나, 시장의 수요 및 가격 차이․대주간 협의의 어려움 등으로 매각에 애로를 겪어 왔다"며 "이번 펀드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 기능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자산 정리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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