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사설HTS·리딩방' 범죄 '비상'…적용 형량은 제각각?  

2024.05.26 17:43:41 1면

1분기 투자 사기 신고 22.7% 증가...피해 규모 438억 ↑
개발자, 총책으로 몰리기도...중대 범죄자 법망 빠져나가
피해자 보호, 재발 방지 위해 관련 법률 명확히 해석해야

 

이른바 '리딩방'을 이용한 사설 선물 홈트레이딩 시스템(Home Trading System, 이하 HTS) 사기 범죄가 증가하면서 피의자들의 양형 기준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범죄 구조에 따라 적용되는 법 조항이 달라져 형량이 달라질 수 있고, 일부 개발자들이 총책으로 몰려 정작 처벌받아야 할 중대 범죄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는 지난 3월 사설 HTS 운영조직을 적발, 30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중 10명은 수사과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불법 선물 HTS를 운영하며 쉽게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유인, 169명에게 90억 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매타이밍을 알려주는 '리딩방'을 운영하며 조직원들을 회원으로 위장시켜 허위 수익을 인증해 회원들의 투자를 유인하고, 회원들의 손실액을 수익으로 나눠 가졌다.
 
이처럼 '리딩방'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찰청에 접수된 리딩방 투자 사기 신고는 1783건으로 지난해 4분기(1452건)보다 22.7%(331건) 증가했다. 피해규모 또한 1266억 원에서 1704억 원으로 438억 원 늘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모든 사설 HTS거래소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리딩방 운영 형태에 따라 도박공간개설죄 또는 사기죄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선물거래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 등락하는 선물 지수를 보고 베팅을 해 결과를 맞추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그렇지 않으면 돈을 잃게 되는 구조였다면 일종의 도박사이트와 유사해 '도박공간개설죄(형법 제247조)'가 성립될 수 있다. 도박공간개설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한 회원들을 상대로 증거금을 납부하지 않더라도 업체의 대여계좌를 통해 실제 매도매수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화면상으로는 주문이 체결된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실제로는 단지 숫자의 움직임에 불과했다면 이는 회원을 속인 것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47조에 따라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즉, 도박공간개설죄가 성립하는 경우 회원들도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이른바 '먹튀' 위험이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용했으므로 처벌 수위가 비교적 낮지만,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회원들을 계획적으로 속여 재산상 피해를 입힌 것이므로 처벌 수위가 대폭 상승한다. 

 

특히 최근 관련 범죄가 단순 사기에서 조직범죄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수사기관도 '범죄단체조직죄·범죄단체활동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며 처벌수위를 점점 높이는 추세다. 범죄단체조직죄는 5인 이상이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적인 범죄 활동을 하는 경우 적용되는 범죄다. 

 

HTS 사기 사건에서도 여러 공범들이 ▲HTS 프로그램 개발 ▲대포 통장·폰 모집 ▲자금 인출 및 세탁 ▲포인트 환전·고객응대 등 역할을 나눠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공범들의 진술이 사건의 진실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범들은 범죄 조직의 구조, 역할 분담, 범죄 수익의 행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공범은 유리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다른 공범을 비난하는 자세를 보이는 공범은 불리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리딩을 주도한 피고인들과 개발자들의 형량이 바뀌고 있다. 조직적 범죄의 경우 범죄 규모, 피해 규모, 공범자들의 역할 등을 고려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명확한 해석과 더불어 형량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자체 HTS 프로그램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해 사설 선물거래소를 운영한 일당이 1심에서 사기죄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도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사설 선물거래 업체를 운영하였던 총책 A씨 등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사설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며 피해자들로부터 13억 원 이상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실제 증권사와 연계되지 않은 가상 선물거래 HTS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나 마치 증권사와 연계해 실제 선물거래를 하는 것처럼 회원들을 속여 투자금을 받은 것이 인정돼 유죄라고 보고 징역 2년 내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 등이 회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또 사설 선물거래소를 이용한 회원들은 이미 가상거래인 것을 알면서 이용하였기 때문에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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