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언론사는 특히 공익을 강조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기에 언론의 자유를 누리며 사익 추구의 정당성을 갖는다. 제4부로서 언론사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지만, 기업으로서 언론사는 적절한 수익이 필요하다. 언론사의 존재 이유인 공익과 존재 근거인 사익 사이에는 항상 딜레마가 있다. 저널리즘 가치가 강조되는 지점은 대부분 공익이다. 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매년 우리나라 언론산업 규모를 조사한다. 2023년 발표에서 2022년 기준 종이신문, 인터넷신문, 방송, 뉴스통신을 포함하는 언론산업의 사업체는 5774개로 파악됐다. 종사자는 63,475명, 이중 기자는 3만 7435명이었다. 매출액은 10조 7138억 원이었다. 여기에서 각각 종이신문은 3조 6703억 원, 인터넷신문은 8319억 원, 방송은 5조 8877억 원, 뉴스통신은 3238억 원으로 확인됐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보자. 2017년 언론산업 사업체는 4296개에 불과했다. 5년 동안의 극적 변화는 인터넷신문이 추동했다. 인터넷신문 사업체는 2017년 2796개에서 2022년 4322개로 54.6% 늘어났다. 2017년 언론산업 종사자는 6만 1073명, 매출액은 9조 1909억 원이었다. 5년간 사업체는 34.4% 많아졌지만 종사자는 3.9% 증가했을 뿐이다. 그나마 매출액 증가율은 16.6%였다. 평균으로 보면 1개 사업체당 종사자와 매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언론산업 내 치열한 경쟁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언론산업의 상대적 열악함은 다른 산업과의 비교에서 더욱 눈에 띈다. 2022년 네이버 매출액은 8조 2201억 원, 카카오는 7조 1071억 원이었다. 두 기업 매출액 합은 15조 3272억 원으로, 같은 해 언론사 전체 매출액보다 43.1%나 많았다. 올해 1분기 네이버 매출액은 2조 52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성장률이다. 연말까지 10조 원은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언론산업 매출액이 10조 원 정도에 계속 머무를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네이버 한 기업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언론사 전체와 거의 같거나 이보다 많을 것이다.
이러한 언론산업의 현실은 당연히 스스로 자초한 바 크다. 기업으로서 경쟁력 확보를 등안시하고 여러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각 산업의 변화를 보도해 왔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거부하고 안주했다. 외부 핑계를 찾아 원망하기에는 현실이 급박하다. 그럼에도 언론사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품질 저널리즘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공익 실현을 위한 늦지 않은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이제 언론 정책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