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의회 갈등 심화…지금 이럴 때 아니다

2024.09.10 06:00:00 13면

양보·타협 정신 살려 ‘민생 의회’ 모범 보이길

고양 ‘K-컬처밸리’ 사업협약 해제를 둘러싼 경기도의회 여야의 대립으로 임시회가 파행하면서 민생사업 예산심의와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등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정쟁’에 넌더리가 난 지역민들은 유사한 형태로 파열음을 일으키는 도의회의 운영행태가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전국 최대의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가 말뿐이 아닌, 진정 민생을 으뜸으로 챙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달 임시회 개회일인 2일부터 K-컬처밸리 사업협약 해제와 관련한 행정사무조사 안건 처리를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대표의원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4일부터 의사일정 보이콧에 나섰다. 도의회 양당 대표단은 제377회 임시회(9월 2~13일) 중 도 비서실·보좌기관 업무보고를 포함한 의회운영위원회 회의 개최 여부를 9일 오전 현재까지도 결정짓지 못했다. 


이번 의회운영위 개최는 당초 도와 도의회가 합의한 사항이다. 그러나 K-컬처밸리에 대한 정쟁으로 다른 8개 상임위가 파행하면서 양당 대표단은 다시 회의를 열지 말지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회의 개최에 있어 도의회 국민의힘은 ‘찬성’,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각각 취하고 있다. 민주당이 회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업무보고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7월만 해도 여야가 원만하게 후반기 원 구성을 합의하며 ‘협치 무드’가 무르익었었다. 갈등이 폭발한 것은 최근 K-컬처밸리 논란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소속 의원 76명 중 70명이 서명하고 김정호 대표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행정사무조사 요구가 K-컬처밸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불필요한 정쟁과 논란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단언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가 “CJ측의 협약 해제 인정으로 K-컬처밸리 사업의 걸림돌이 없어졌다”며, 토지 반환금 1524억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통과에 경기도의회가 협조해주기를 당부하고 나서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32만 6400㎡ 부지에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1조 800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서 경기도와 고양시, CJ는 지난 2016년 5월 기본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가 지난 7월 1일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인 CJ에 6월 30일 자로 협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정치적 논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주요 의혹은 ‘사업협약 해제 과정의 귀책 사유 및 부당한 손실 비용 발생 책임’과 ‘향후 사업 추진 방식에 관한 문제’ 등이다. 국힘은 행정사무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 집행부가 추경안에 반영한 ‘K-컬처밸리 토지매각 반환금’ 1523억여 원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이 이에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도가 추경을 통해 시급히 집행해야 할 예산은 한둘이 아니다. The 경기패스, 경기도 광역 공공버스 운송비용, 경기도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증액분이 포함되어 있다. 또 공공의료원 운영 정상화 자금, 지역화폐 할인보전금 등 대개가 추석을 앞두고 긴급 집행해야 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추경 불발로 토지매각대금 1524억 원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면 도 금고 압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K-컬처밸리 계약과 해지 책임규명은 의원의 기본 책무에도 부합한다. 단지 행정사무조사 하나를 놓고 의회를 멈춰 세우는 일은 양당 모두에게 명분이 약하다. 민생을 진정으로 중시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주당 77명, 국민의힘 76명, 개혁신당 2명 등으로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민주당, 국민의힘 동수로 구성된 경기도의회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양보·타협 정신을 제대로만 살린다면 ‘민생 의회’의 모범을 세우기에 대단히 적합한 구조다. 어느 한쪽이 다 이길 수도 없고 다 이겨서도 안 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늦으면 늦을수록 도민들의 고통만 늘어간다. 1366만 경기도민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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