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개봉된 미국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 (Courage Under Fire)'를 며칠 전 한 영화전문채널에서 보고 난 뒤 여러가지를 느꼈다.
1991년 1월, 세계의 이목은 걸프전에 집중된다.
걸프전에 투입된 갑대대의 대대장 나다니엘 설링 중령(덴젤 워싱턴 분)은 알 바쓰라에서 수행된 야간 공격 작전 도중 적군의 탱크라고 믿었던 물체에 포격을 명령한다.
그러나 포연이 사라지는 순간 그가 발견한 것은 폭파된 아군의 탱크 잔해와 자신의 부하 여러명이 화염 속에서 시체로 뒹구는 모습이었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국방성은 오발명령을 내린 설링 중령에게 오히려 무공훈장을 주고 부하의 유족과 국민들을 속이고 '진실'을 은폐한다.
그리고 설링중령을 국방성의 '훈장 및 포상업무 부서'에 배속시킨다.
설링 중령은 카렌 월든 대위(맥 라이언 분)의 명예훈장 자격 여부를 심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상자 구출용 헬리콥터 조종사'였던 월든 대위는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용기'로 이 상의 수여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녀는 이미 고인이다.
상부에서는 '너무나 확실한 공로'라며 자격여부 심사는 대충하고 명예훈장 수여를 빨리 승인하라고 재촉한다.
그 이면에는 대통령이 여군 최초로 최고무공훈장을 수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걸프전을 합리화하고 여성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설링 중령은 부상자 구출 작전 도중 월든 대위가 행한 행동에 대한 구출팀 대원들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에 의혹을 품기 시작한다.
"만약 은폐 조작이라면 왜 최고무공훈장을 줘야하나 ?"
설링 중령은 불확실한 보고서의 제출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상사이자 친구인 허쉬버그 장군에게 말한다.
하지만 장군은 훈장 및 포상 위원회의 지시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경우,설링중령에게 '오발 명령'에 대해 육군 내사과에서 진행 중인 수사로부터 보호해줄 수 없다는 협박을 받는다.
촌각을 다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설링 중령은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전투'를 펼친다.
그 젊은 여조종사에 관한 과거의 사실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설링 중령은 걸프전에서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에 괴로워한다.
결국 진실을 밝히려는 그의 노력으로 여조종사가 자신과 갈등을 빚던 부하의 거짓말로 비겁한 상사로 호도당한 사실이 드러나 최고무공훈장이 수여되고 오발명령으로 숨진 부하에게도 무공훈장이 내려진다.
자신을 압박하는 상사와 백악관 관리에게 최종보고서를 던지며 "털끝만큼도 숨김없는 진실, 진실을 숨기는 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과 월든대위에 대한 모독이다"고 외치는 설링대위.
그의 외침은 우리에게 확실한 의미를 던진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진정한 용기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은폐가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를...
우리의 군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의문사와 사고...그리고 연대문책이 두려워 반복되는 묵인과 조직적인 은폐.
그같은 은폐를 업고 기생하는 구타와 가혹행위.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인 사건이 터진 지 불과 며칠만에 고참에게 구타당한 신병이 목매 자살하는 비극을 지켜 본 이 땅의 젊은 이들과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 부모들이 이 영화에서 무얼 느꼈을까.
설링대위의 진실규명이 영화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을까,현실속에서 가능한 일로 비쳐졌을까.
은폐와 구타가 없는,그리고 병역기피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영화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사회부장 김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