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崔 공백 곤혹스러워…경기 따라 금리 낮출 것"

2025.05.07 08:26:3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 이후 경제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부인할 수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아울러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며 가계부채와 환율 등 대내외적 변수를 고려해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확실성이 우리한테 좋을 리는 없다"며 “대미 협상 체제가 흔들리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백을 잘 메워 국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게 남은 사람의 임무라고 생각하나 곤혹스러움은 부인할 수 없다"며 "같이 고생한 사람이 나가니까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최 전 부총리 사퇴 전 만류는 없었냐는 질문엔 "(그럴 물리적인) 시간이 있었나. 말릴 시간도 없이 결정된 것이고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며 "왜 말리지 않았냐고 굳이 묻는다면 실익이 있었겠나 싶다"고 답했다. 탄핵 이후 직무가 정지되고, 이후 대선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대선을 앞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정책 불확실성을 꼽으며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를 치르고 정책 불확실성이 빨리 끝나야 한다"며 "기업의 국내 투자가 크게 타격을 받았고, 국내 소비 역시 심리 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선거가 끝나서 더이상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문제는 수면 밑으로 좀 내려갔으면 하고, 그 사이에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낮추는 기조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 총재는 "시장의 불만은 경기가 나쁜데 왜 연속으로 금리를 안 낮추냐는 것"이라면서 "경기만 보고 금리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경기를 보면서 내리겠지만, 환율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것들도 보면서 하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4월 금통위와 같은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4월 금통위 당시 금리를 동결하며 "어두운 터널에서 무조건 빨리만 갈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관세 유예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여전히 전망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러 지표를 볼 때 성장률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최종금리 등) 상황은 성장률 전망에 따라 많이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변동성도 통화정책의 불확실 요인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은) 위로 올라가는 걸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려가는 쪽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 정책과 타협 등에 대한 합의 기대가 올라왔고, 아시아 통화가 모두 강세를 보이는 상황으로 변동성이 커 예측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환율에 대해서 아시아 국가에 공통적으로 뭘 요구할지 아니면 개별 국가에 따로따로 요구할지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최근 시장에서 언급되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와 1%대 저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내수는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건설 경기도 워낙 나쁘다"면서 "5월 연휴 카드 지출 내역이 일단 최대 관심이며, 정치 불확실성에 얼마나 투자가 떨어질 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추경에 대해서는 "경제가 나빠지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집행하면 도움이 되지만, 지금 한다고 해도 3~4분기에 집행된다"면서 "많이 올리면 그해 성장률은 올리지만, 다음해에는 플러스 효과가 아니라 네거티브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제로 거래량이 확 늘어났기 때문에 아마 4~5월 달에는 가계부채가 늘어났다가 6월부터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자율이 내려가는 국면에서 다른 자산 가격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슈가 된 한은의 양적완화 이슈에 대해서는 "통화정책과 연결 시키는건 커뮤니케이션이 잘못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라고 언급했다.

 

5월 금통위가 대선 직전 열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정치적 부담감에 대해서는 "선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데이터 보고 결정하자고 금통위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