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의 알쓸신법] 인터넷 커뮤니티상의 표현과 명예훼손

2025.05.09 06:00:00 13면

객관적 사실의 표현도 명예훼손에 포함될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관한 의견을 소통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상의 모습이 됐다. 이러한 소통의 수단을 통해서 일상의 유용한 정보부터 같은 아파트나 마을 나아가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허위의 사실의 표명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나 이웃 간에 명예훼손으로 서로 고소하는 모습 역시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사소한 다툼의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법 제307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역시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표현의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타인의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라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사실이 아닌 의견의 표명에 불과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도19255 판결)고 판단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아파트의 입주민이 "동대표를 사퇴시켜야 된다, 깡패새끼가 무슨 동대표냐"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여도 이는 다툼의 과정에서 경멸의 감정 등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바 있고, 목사가 예배중 특정인을 “이단 중에 이단이다”라고 설교한 부분 역시 교리에 따라 그 평가가 달리 될 수 있다고 보아 사실을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에게 ‘해당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유리하게 일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입증이 가능한 사실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내일이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라고 한 것은 현재의 사실을 기초로 한 장래의 사실에 대한 것이므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명예훼손적 표현은 ‘공연성’을 갖춘 경우에만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나 신분으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된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SNS, 이메일, 포털사이트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나 의사전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다. 더욱이 빠른 전파성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침해 정도와 범위가 광범위하게 돼 표현에 대한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어, 타인에 대한 어떠한 표현을 함에 있어서는 한번더 숙고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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