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행복해야 할 출산, 마냥 웃을 수 없는 여성들…'미혼모'와 '경력단절여성'

2025.05.22 13:54:12 7면

대다수 미혼모들, 경제적·정서적 자립 어려움
남성 육아휴직 늘고는 있지만…'경단' 16%
"다양한 형태 가족 인정해야…사회적 관심도"

 

5월 가정의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축복만 받아 마땅할 출산에 마냥 웃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미혼모와 경력단절여성들이다.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들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해 지자체와 각 단체가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고질적 사회문제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다수 미혼모들, 경제적·정서적 자립 어려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도내 미혼모는 약 5000여 명이 넘는다. 미혼모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약 6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 복지 등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대표적 복지시설인 '미혼모복지시설'은 도내 8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출산지원시설이 3곳, 양육지원시설 3곳, 생활지원시설 2곳이다. 

 

출산지원시설의 경우 1년 6개월만 머물 수 있어 미혼모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뤄 자발적으로 센터를 나서기가 쉽지 않다. 실제 한국한부모가족협회에 따르면 16세 미만 자녀를 둔 양육 미혼모 120명 중 70%가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의 경우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로 정서적 자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2만 132명의 미혼모 중 20대 이하는 17.4%에 달했다. 

 

이처럼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미혼모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여전히 싸늘한 사회의 인식과 시선이다. 혼자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당장 학교만 가도 모두가 '정상적인 가족'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전부 동정,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상처"라고 전했다. 

 

◇ 남성 육아휴직 늘고는 있지만…'경단' 16%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전반에는 육아가 여성의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54.1%로 10년 전인 2013년(48.9%)보다 상승했으나, 출산과 육아기인 30~40대에는 고용률이 크게 떨어진다. 25~29세에 74.3%였던 고용률이 35~39세에 64.7%로 급락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은 15~54세 기혼여성 765만 4000명 중 결혼, 임신 및 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돌봄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121만 5000명, 15.9%에 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정부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강화 ▲유연근무제(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미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변화한 직업 환경에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육아 부담을 덜고 사회로 나올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직업훈련 등이 가능한 여성인력개발센터 이용도 장려된다. 수원여성인력개발센터는 "젊은 층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 취업 연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까운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형태 가족 인정해야…사회적 관심도"

 

미혼모부터 경력단절여성까지 오직 행복과 기쁨만 있어야 할 출산, 육아 등 가족 형성 과정이 여성들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경제적 지원부터 제도적 지원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이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여성을 '엄마' 혹은 '아내'로만 보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일부 여성들은 끊임없이 삶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한 미혼모는 미혼모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회사 사람들의 무례한 언행, 태도로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자신의 잣대로 남을 함부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잘못된 시선과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넓게는 한국 사회부터 지역 사회까지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돕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박민정 기자 mft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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