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양에 이어 로또 임대?"…서울시 재건축 개입 논란 확산

2025.05.27 08:05:21 5면

‘소셜믹스’ 명분에 서울시 전방위 개입...재건축 현장 몸살
조합원들 “재산권 침해” 반발 거세...사업성·형평성 모두 흔들

 

서울시의 ‘임대·분양 완전 혼합 배치’ 방침이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형평성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추진되는 정책이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로또 분양에 이어 로또 임대까지 생겼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안은 최근 서울시 통합심의에서 보류됐다. 조합이 임대주택을 단지 내 저층부와 비선호 동에 배치한 설계안을 제출했지만, 심의위원회는 “한강변 4개 동에 임대 물량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조정을 요구했다. 결국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현재 모든 재건축 단지에 대해 ▲임대·분양 구분 없는 동·호수 무작위 추첨 ▲한강 조망 고층에도 임대 배치 ▲임대 여부 외부 식별 불가 등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에 대해 “설계 자유도가 사라지고, 분양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같은 평형이라도 고층 조망 여부에 따라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시세 차이가 난다. 고가 조망권을 임대주택이 차지할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로또 임대’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 내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형평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합원에게 책임만 지우고 권리는 빼앗는 꼴”이라며 “이런 식의 정책은 공급 확대라는 목표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소셜믹스’가 물리적 배치에 그칠 뿐, 생활 통합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커뮤니티 이용 제한, 관리비 분담 등 실질적인 생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 재건축 컨설턴트는 “외형만 통합됐을 뿐, 실질적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안’은 임대아파트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혼합단지에서 공용시설 리모델링 시 지자체(임대주택 소유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5150가구)는 서울시와 조합 간 리모델링 방식 갈등으로 수년째 표류 중이다.

 

정비사업의 동력 저하는 곧 서울시의 주택 공급 목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 7000원으로, 2020년 대비 약 60%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신반포4지구, 잠실진주 등 주요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시가 중재에 나선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시 내 442개 정비구역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62곳(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설계권 제한,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집값 안정’이라는 대명제 속에 추진되는 서울시의 정책이 정작 조합원들에게는 ‘역차별’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가 소셜믹스의 이상과 정비사업 현실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omotaa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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