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흥 사태 막아야”…외국인 차별, 한국 사회 위험 부른다

2025.05.26 13:28:32 7면

국내 체류 외국인 17.4% “차별받았다”…출신 국가 이유 가장 많아
전문가 “혐오가 고립 부르고, 고립이 범죄로 이어져”…사회 융화 필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국적과 언어 등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분노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시흥 흉기 사건’을 막기 위해 외국인과의 공존을 위한 문화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6명 중 1명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17.4%가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54.5%는 ‘출신 국가’를, 31.2%는 ‘한국어 능력’을 차별 이유로 꼽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평가를 인용해 “대한민국 내 이주민 및 체류 외국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가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고, 결국은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주민들의 일상 속 불편과 분노가 누적되면서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발생한 시흥시 연쇄 흉기 피습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국적의 50대 남성 차철남은 지인인 A씨와 B씨를 각각 자택과 편의점에서 흉기로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나를 무시했다”, “험담을 했다”는 이유를 들며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적 유학생 C씨는 “백인은 성적 대상으로, 피부가 조금만 짙어도 하등한 인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적의 D씨는 “한국에서 ‘양키 고 홈’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외국인에게 이 사회는 들어올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2023년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인종차별 인식 국가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79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을 지원하는 한 이주난민센터 대표는 “지나친 차별과 혐오는 외국인을 사회 속 ‘게토(ghetto)’에 가두는 결과를 낳는다”며 “고립된 외국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도 과거 해외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 노동 이민을 나간 시절이 있었다”며 “이제는 국내로 온 외국인들과 공존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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