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아파트에서 조경석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최근 한 입주민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해당 글에서 그는 “조경석 하나에 6000만 원, 총 30개에 18억 원이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단지 조경을 망치는 수준도 문제지만, 입주민 동의 없이 수십억 원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단지 내에 설치된 조경석은 자연석 형태에 ‘래미안 라그란데’라는 문구가 새겨진 구조물로, 다수 입주민들 사이에서 “고급 아파트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논란은 이 조경 공사를 맡은 업체가 2022년 기준 연 매출 70만 원에 불과한 ‘J 조경’이라는 영세 사업자로 밝혀지면서 불붙었다. 입주민들은 “실적도, 신뢰도도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수십억 원 규모의 사업을 맡게 된 배경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조합과 해당 업체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지난 26일 문자 공지를 통해 “조경업체 제안에 따라 샘플로 조경석 3개를 설치한 것”이라며 “대의원회 의결 전까지는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의결이 부결될 경우 원상복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이미 수천만 원의 비용이 투입된 공사인데, 이를 업체가 전액 부담했다는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입주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경석 샘플 설치라는 명목으로 기존 조경을 무단 철거하고, 1억 5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입주가 시작된 단지에서 입주민 의사를 무시한 조합의 일방적 행위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성토했다.
이번 논란은 27일 열릴 총회에서 조경 공사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가 예정돼 있어, 그 귀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대의원과 조합장 측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적 투표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본 보도와 관련해 조합은 "해당 조경 공사를 수주한 'J 조경' 업체는 2024년 기준 매출액이 약 10억 3700만 원에 이르는 건실한 업체이며, 공사 계약은 조합 대의원회의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조합이 영세 업체에게 특혜를 주었다거나 불투명한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