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충일의 의미를 더 깊게 한 '헌정' 음악회

2025.06.10 14:08:38 10면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중략)//세월이 흘러가면/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우리들 가슴 속에 별이 되어/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유연숙 시인의 현충일 추모시 일부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고 그 공로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이 뜻을 담아 ‘헌정(獻呈)한다’는 음악회가 열렸다. 필자의 기억에는 경기문화의 전당에 이어 경기아트센터 주최로 현충일에 헌정 음악회가 열린 것은 처음일 듯하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현충일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은 마음이 있던 차에 현충일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든 자리였다.

 

집집마다 조기 게양도 예전과 같지 않다. 묵념 사이렌이 울릴 때도 1분간 일손이나 걸음을 멈추는 것도 그렇다. 그만큼 희생을 감내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추모의 뜻이 엷어졌기 때문일까. 현충일은 단지 공휴일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특별한 날이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현충탑 앞에서 개최되는 추념식에는 유족과 공공기관장, 사회단체장과 일부 시민들과 학생들만 참석한다.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현충일 당일 오후 5시에 열린 헌정 음악회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헌정(獻呈)의 의미를 깨닫는 값진 자리였다. 이런 기획을 한 경기아트센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음악에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살게 하는 힘이 있다. 추모의 노래를 비롯해 기쁨의 노래, 사랑의 노래마다 한 곡이 지닌 힘의 크기는 때로는 헤아릴 수 없다. 음악만큼 정직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있지 않은가?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위로를 주는 특별한 음악회였다.

 

이날 무대에 올려진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헌정의 의미가 담긴 노래가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노래에 몰입한 많은 관객에게 큰 감명을 안겨주었다.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 배우이자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이끌어온 남경주와 최정원, 그리고 다양한 음역대(音域帶)를 가진 국내 유명 성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대표적인 히트곡들을 불렀다. 2백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 갈라로 명성황후,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형, 영웅 등을 불렀다. 2부가 시작하기 전에 사회자의 제의로 관객 모두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로 시작되는 가곡 비목의 선율이 잔잔하게 흘렀다. 관객 전체가 하나 되어 역사를 기억하고 공동체 정신을 되새겼다.

 

이어서 귀에 익은 가곡, 내 마음의 강물, 그대 그리고 나, 비목, 가고파, 향수 등과 오페라 갈라로 막을 내렸다. 노래가 이어지는 내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위대한 헌신을 생각게 하는 공연이었다. 오늘의 삶과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에게 보훈의 참뜻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우리 곁에서 생활하는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우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과 배려가 보훈이 아닐까. 공연에 함께 모여 그 가치를 나누는 값진 시간이었다.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감정을 나누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헌정(獻呈)은 ‘드려서 나타내다.’라는 의미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한 뜻을 담아 노래를 바쳐 현충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리는 헌정 음악회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 듯 여겨진다. 음악은 슬플 때 들으면 위로가 되고, 기쁠 때는 더 신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값진 공연에 참석하여 민족의 얼을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모두가 함께 기억하고 울림 속에 헌정의 의미가 되새겨지길 바란다.

 

<약력>

- 시인. 시집 '나는 숲이된다', '틈이 날 살렸다' 외

- 현 다산연구소상임고문

- 현 수원문화재단 이사

- 현 한국예총 자문위원

- 현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 전 경기농협본부장
- 전 경기적십자사 회장
- 전 다산연구소 상임고문 

김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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