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헬기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의 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시켜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2011년부터 닥터헬기 운항을 시작, 의료진과 함께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도서지역과 의료취약지에 출동해 위급한 처지에 놓인 생명을 구했다. 닥터헬기 도입 이후 14년간 총 1593회 출동, 1608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 가운데 400여명은 중증외상 환자였고 280여 명은 뇌졸중 환자였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급한 상황이었다.
경기도도 당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현 국군대전병원 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손을 맞잡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닥터헬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년 수백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임에도 인천 닥터헬기는 계류장도 마련하지 못해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다. 인천시청 운동장, 문학야구장, 소방서 주차장, 김포공항, 부평구 항공부대 등을 임시 계류장으로 사용해왔다. 격납고도 없어 기상이 악화될 때마다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023년 12월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 신축용 토지 매입과 건물 건축 계획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인천 닥터헬기의 전용 계류장 조성 사업이 본궤도로 들어섰다. 인천시는 남동구 고잔동 월례근린공원에 내년 말까지 계류장과 격납고, 사무실을 준공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동구 월례공원과 약 450m 떨어져있는 연수구 연수2동 아파트 밀집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연수구의회도 사업초기부터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인 월례공원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환경적 문제도 제기됐다. 월례근린공원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승기천이 있고, 승기천 하구 남동유수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서식지다. 검은머리갈매기·도요새·노랑부리백로 등 60종 철새들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승기천은 저어새 등 조류들의 주요 이동경로다. 이에 인천시는 닥터헬기 이동경로를 변경하는 등의 조류 피해 저감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사업 내용이 담긴 ‘공유재산 매각 및 연구시설물 축조 동의안’이 지난달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일자 인천판 1면, '인천 정치권, 닥터헬기 계류장 기싸움’) 시가 주민 소통이나 조정 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남동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국민의힘 인천시당 간의 갈등과 함께 연수구의회와 인천시의회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이로 인해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사업은 실시설계 용역 과정에 멈춰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인천광역시의회 한민수 의원(국․남동구5)은 인천시의회 제302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계류장 설치를 촉구하며, 이 사업이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해 공감을 얻고 있다. 한 의원은 “인천은 생명을 지켜줄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 하나를 갖지 못하고 또다시 멈춰 섰다”고 지적한 뒤 “인천시가 73억 원을 들여 남동구 월례공원에 설치하려는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 시설”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을 살리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소음 대책이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더 이상 ‘민원’이 아닌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주장처럼 닥터헬기 계류장은 ‘시민들의 생명선을 지탱하는 공공안전 인프라’이다. “단 한 명의 생명도 정치의 변수로 취급해서는 절대 안 된다” “닥터헬기 계류장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아닌 시민의 생명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한 의원의 말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