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엔 면책, 기업엔 책임”…외국기업 ‘탈(脫)한국’ 경고

2025.07.29 11:56:02 5면

28일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ECCK “철수 검토” 이례적 입장
정권 따라 노동정책 180도 변화…“장기투자 불가능한 시장 신호”

 

노조에 사실상 면책특권을 부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강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까지 “한국 철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며, 글로벌 투자 위축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ECCK는 2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교섭 대상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일부 회원사는 한국 시장 철수를 고려할 수 있다”며 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내법 개정에 외국계 경제단체가 이처럼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히고 철수를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노란봉투법은 고(故)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노동계가 요구해온 내용이 다수 반영됐다. 하지만 정작 법안에는 ▲원청 사용자 책임 확대 ▲노조 손해배상 청구 제한 ▲손해 소급 적용 금지 ▲신원보증인 면책 등 경영 책임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 “하청 파업에 원청도 책임”…제조업 생태계 뒤흔든다

 

가장 큰 쟁점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다. 개정안은 실질적 지배·결정 권한이 있는 자는 고용 계약 관계가 없어도 ‘사용자’로 간주해, 하청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계는 이를 두고 “하청노조의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며, 사실상 제조업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쟁의참여 경위, 생계 수준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고, 사용자 역시 시행 이전 손해에 대해 소급해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는 이를 “집단면책·연대책임의 제도화”로 해석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법행위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 측이 사실상 면책을 받는 구조”라며 “정상적인 기업 경영조차 침해받는 기형적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 “노사 대화 촉진” 주장에도…“법적 예측 불가능성 커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노사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할 토대가 될 것”이라며 “현장 적용에 혼선이 없도록 후속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라 노동 정책이 급변한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본다. 불과 2년 전 윤석열 정부 당시 “노사 균형을 해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던 여당이, 정권 교체 후 180도 입장을 바꾸며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정책 일관성은커녕, 정권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지는 시장에서 외국기업이 어떻게 장기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불확실성은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현장 혼란 이미 시작될 것”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지만, 현장 혼란은 그 이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청노조가 원청을 대상으로 쟁의행위를 할 경우, 다층적 협력구조에 기반한 국내 제조업 시스템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경영계는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계와 외투기업 의견을 반영해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법리 혼란을 방치하면, 이는 곧 한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오다경 기자 moon@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