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하드’ 시리즈, ‘식스 센스’ 등 전세계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20세기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70)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소식이다. 2022년 실어증 진단을 받으며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다음해엔 전두측두엽 치매 판정까지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비율은 20.3%나 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124만 명(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이었다. 앞으로 2030년에는 178만 7000명, 2040년에 285만 1000명, 2050년에는 396만 700명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의 이름과 추억도 잊고 아내나 자식 등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질병’이라고 불린다. 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간병부담은 ‘간병 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에게 극한의 고통을 준다. 한사람은 항상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므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고, 일상적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간병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도 벌어진다.
더욱 딱한 것은 대부분의 치매는 아직 완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물 치료와 인지 기능 재활, 행동 치료 등이 이루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치매 중증화를 예방하고, 더 많은 치매 환자들이 사는 곳에서 필요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2일부터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22곳 지방정부에서 37곳으로 확대했다. 의사 수도 284명으로 증가한다. 2024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현재 22개 시·군·구, 219명의 의사가 참여한 가운데 4341명의 환자들이 등록돼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경기도에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치매환자(20만 6300여 명)가 살고 있으며 1개 광역치매센터와 46개 지역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부터 진단, 가족돌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종사자만 800명이 넘는다. 도민들은 이곳을 방문해 무료 치매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단한 검사 후 인지 저하가 의심될 경우,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와 협약병원에서 진단검사와 감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치매환자와 가족은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치매환자쉼터 ▲조호물품(환자 돌봄에 필요한 기저귀 등) 지원 ▲치매환자 가족교실 ▲힐링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도민에게도 ▲치매예방교실 ▲인지강화교실 ▲치매인식개선 활동 등을 제공한다. 치매가족돌봄 안심휴가도 운영한다.
그런데 올해 치매안심센터 운영 예산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경기도의 예산 증액 노력이 보건복지부에 막히고 기획재정부에 잘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25일자 1면,‘ 정부에 싹뚝 잘린 경기도 치매안심센터 예산 첩첩산중’) 도내 31개 시군 46개소 치매안심센터의 올해 운영 예산은 276억 5900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국비 예산 306억 8400만 원보다 10%p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인건비는 24.1%p가 증가한 반면 사업비는 무려 55.8%p가 감소했다. 사업비 부족으로 연내 조기 소진이 예상된다. 도의 치매 유병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기재부 등의 반대로 증액이 최종 무산됐다. 치매안심센터의 서비스 축소 및 중단은 현실을 역행하는 처사다. 경기도의 상황을 고려한 복지부와 기재부의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