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두려움을 버릴 때 새 길을 걷는다

2025.08.01 06:00:00 11면

 

세계 곳곳에서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고 있다. 고령화 인구, 과부하된 응급실, 제한된 재정 자원, 의사 부족 문제 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해결의 방안 중 하나로 원격 의료가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 현재 이 나라의 1차 진료 10% 이상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원격 진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도 프랑스 보다 2년이 앞선 2016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은 원격 의료의 선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94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의 21개 지역이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원격진료율과 보험금 지급 조건을 설정하는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전국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민간의 협조가 필요 하였다. 마침 크리(KRY)가 원격 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웨덴 정부의 야심 찬 지원에 크리는 20명의 팀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시작한 크리는 2016년까지 약 100만 건을 달성하였다. 당시 스웨덴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의료 불모지로 전락하던 중이었다. GDP의 10%를 의료비에 지출하는 스웨덴이지만 의료 접근성 면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었다. 이때 스웨덴 지도자들은 거시경제적 계산을 통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대안으로 원격 의료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크리는 스톡홀름 중심부에 위치한 세련되고 편안한 공간에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35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400명의 의사를 채용했다. 이들은 앱을 통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병원이나 의료 센터에서 일한다. 총 7900만 유로(약 1282억)의 모금을 통해 크리는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16년에는 오슬로, 2018년에는 파리와 런던에 진출하였고, 그 다음에는 독일에 도착하였다. 크리의 한 영업 이사는 “많은 정부가 원격 의료와 저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회사 매출은 2016년 150만 유로(약 24억)에서 2017년 1,000만 유로(약 162억), 2018년 2,000만 유로(약 324억)로 계속 증가하였다. 사업 확장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에 크리의 현재 수익성은 크지 않다. 이 기업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입니다.”라고 확장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크리처럼 Telemedicine Clinic, Doktor.se, My Doctor 등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 의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신규 업체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화상 진료에 매우 회의적인 의사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크리의 한 운영자에 따르면 “어떤 의사들은 경쟁을 두려워했고, 원격 진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주치의를 뺏길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원격 진료의 유연성에 매료되어 갔다. 도시든 시골이든 원하는 곳에 살면서 환자를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원격 진료. 이 의료 서비스 방식은 혁명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통 큰 용기가 필요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명언이 생각난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 문을 활짝 여십시오!” 편견을 버리고 변화와 부딪칠 때 우리는 바야흐로 새 길의 걸을 수 있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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