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교 내신 평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6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사, 학부모, 심지어 학생이 공모해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사례가 반복되자 교육 현장 안팎에서는 "평가관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26건의 시험지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부산·전남에서 각 4건씩 발생했고 대전 3건, 광주·경기·강원·경북 각 2건이었다. 충남·전북·경남에서는 각 1건씩 발생했다.
매년 20명 안팎의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경기 분당의 한 명문 사립고에서도 지난해 10월 기간제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수학Ⅱ' 지필평가 문항을 유출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학원과 학부모가 교사와 연결돼 조직적으로 내신 정보를 공유한 사건도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이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사한 시험지 유출과 평가 비리는 매년 크고 작게 반복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학교 내부 처리나 미온적 대응으로 넘겨진 경우가 많다.
시험지 유출 사고에 가담한 교사들은 파면·해임되거나 감봉, 정직, 견책 등의 처분을 받고 학생들에게는 퇴학이나 등교정지, 교내봉사 등의 징계가 결정된다. 교육당국 차원의 감사나 징계가 이뤄져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내신 관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마다 평가 문제 출제·인쇄·보관·배포 등의 관리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일선 교사 개인의 책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시험지 보관함이 잠겨 있더라도 교무실이 상시 개방돼 있어 보안은 사실상 허술하다"고 설명했다.
허술한 시스템은 곧바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특히 내신이 주요 전형 요소로 반영되는 대입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정보력 싸움"이라는 냉소적 시선도 늘고 있다.
용인의 한 학부모는 "내신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 시험지 유출 사고와 문제 거래 사건이 반복되며 공교육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반복되는 시험지 유출 사고 속, 무너진 내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