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 수원] 시민의 민원에 수원시가 응답했다…100일간의 집중, 반응은 '만족'

2025.08.12 11:30:21 7면

수원시 행정기관에 50개 민원함 설치
100일간 1658건 민원 집중 접수·해결
10년 묵은 기본생활권 불편 처리 '소통'

 

'민원'은 불편한 단어다. 기존 행정 시스템 안에서는 요구하는 주민이나 처리하는 기관 모두가 마찬가지로 불편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자 최근 수원시가 색다른 시도를 했다.

 

조선시대 백성이 직접 민원을 청하는 상언(上言)과 격쟁(擊錚)을 모티브로 시민 민원 해결 의지를 담은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이다. 보여주기식을 타파하고 소통으로 시민이 납득하는 결과를 만들어가는 시의 민원정책은 소통과 응답이라는 변화를 만들었다.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시민에 닿다

 

"길에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을 만큼 좋아요"

 

지난 7일 오전 입북동의 오래된 '벌터'를 지켜온 주민 전상옥 씨(71)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시가 입북동 일원에서 새빛 현장시장실을 열어 수도와 가스를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설명한 덕분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전 씨의 손을 맞잡고 "기본 생활과 직결된 불편을 오래 겪게 해 죄송하다"며 "올해 안에 공사가 마무리돼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씨의 집은 서수원지역 들판 한가운데 '벌터'라는 마을 안에서도 외딴섬 같았다.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가 두 곳이나 있는 위치임에도 일부 가구에 기본적인 도시 설비가 연결되지 않아서다.

 

농사를 짓던 넓은 들판에 축사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새길이 나면서 수도와 가스가 연결되고 물류창고가 들어섰지만 작은 골목을 꺾어 자리 잡은 세 가구는 도시화의 혜택에서 여전히 제외됐다.

 

전 씨는 30여 년간 생활 불편을 고스란히 겪었다. 상수도 대신 지하수를 연결해 사용하고 도시가스 대신 LPG 가스통 여러 개를 한 번에 배달시켜야 했다. 언제 가스가 떨어질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나기 일쑤였다.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시의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이었다. 지난 6월 12일 입북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전 씨는 새로운 민원함을 발견한 뒤 가스와 수도 시설 설치를 바라는 마음을 작성해 함에 넣었다.

 

이후 시는 관련된 여러 부서가 함께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사업을 검토했다. 마침, 도로 보상 협의도 완료되면서 도로공사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 시장은 "1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생활 민원이 시민의 민원함을 통해 100일 만에 실마리를 찾게 됐다"며 "행정이 움직이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100일간 1658건 집중…접수부터 처리까지 '소통중심'

 

시는 지난 5월 1일 시 전역에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을 설치했다. 시청과 각 구청, 44개 동 행정복지센터 등 총 50곳에서 100일간 집중적으로 민원을 접수받고 해결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고안한 장치다.

 

폭싹 민원함에는 시민들의 호응이 빗발쳤다. 8월 11일까지 100일간 총 165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주로 생활과 밀접한 안전교통과 도시환경에 민원이 집중됐다.

 

분야별로는 안전교통 501건, 도로건설 270건, 공원녹지 247건, 도시환경 346건, 문화체육교육 86건, 복지 51건, 행정 108건, 기타 49건 등이었다. 정성스러운 손 글씨와 자를 대고 곧게 도로를 그려 넣은 지도 등 신청서 하나하나에 시민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한 시는 적극적으로 응했다. 민원인에게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가 수원의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삶의 질을 높이는 소중한 거름이 되고 있다’고 화답하는 메시지를 접수 당일 바로 회신해 민원인과 소통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원표 응답 행정…시민은 '만족'

 

시 폭싹 민원함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이 납득하고 수용할 때까지 행정이 동행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답변 회신에 그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시민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특히 민원 해결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6월 17일 원천동 폭싹 민원함에 접수된 버스 관련 민원의 경우 두 번으로 나눠 답변이 전달됐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도 끝까지 방법을 찾는 의지를 전했다. 지난 6월 9일 새빛톡톡으로 접수된 민원이 대표적이다. 수인선 상부공원에 화장실과 개수대를 설치하고, 녹지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으로, 이전에도 같은 내용이 담당 부서로 접수됐으나 반영이 어렵다고 회신한 상황이었다.

 

원인이 폭싹 민원으로 의견을 재접수하자 유관 부서와 민원컨설팅TF가 현장을 방문해 전체적으로 재검토했다. 조정을 거쳐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뒤 민원인에게 추진 계획을 다시 설명하며 신뢰를 얻었다.

 

 

◇시정 체감을 높이는 민원 처리

 

100일간 시민의 민원함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접수 창구를 마련한 각 동과 구는 물론이고, 생활 불편 민원이 집중되는 부서와 관련 기관들이 시민 불편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단속 카메라 등 교통시설을 설치 요구 민원들은 관련 부서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시 교통정책과가 민원인을 직접 면담해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할 경찰서와의 협조를 이끌었다.

 

시는 폭싹 민원함을 수원시정 변화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민원 접수부터 처리 과정과 결과까지 단계별로 소통하는 민원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민원 내용을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동별로 민원의 분포와 유형 및 처리 결과 등을 데이터화해 지역별 현안과 이슈를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정책 대응 방향을 마련하는 것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수원 시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더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민원함을 운영했다"며 "민원을 처리하는 도시가 아닌 ‘정책의 씨앗’ 삼아 시민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

장진 기자 gigajin2@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