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제8회 ‘행복여정문학’ 시화전에 표현된 추석의 의미

2025.09.10 06:00:00 13면

 

비영리단체인 ‘행복여정문학’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탈북민들이 2021년 만들었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문학으로 고통을 치유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과 매력 있는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문학 활동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행복여정문학’에서 주최한 제8회 시화전이 9월 8일부터 26일까지 용인시청 1층에 전시된다.

 

제8회 시화전에 표현된 추석의 의미는 고향, 그리움 이별, 아픔 그리고 추억이다. 고향은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곳이다. 살았던 곳에 대한 추억이 애틋하기도 하지만 아프기도 하다. 그리고 떠나온 미안한 마음이다. 김혜성 시인은 고향으로 달리는 차들이 밉고 야속하기도 하다. 그래서 추석이 두렵고 싫다. 만약 고향으로 가는 길이 열리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맨발에 감발하고 가겠다고 김명화 시인은 쓰고 있다. 웃음소리 같기도 눈물 소리 같은 그리운 고향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고향 목소리를 감각하는 차명희 시인의 글은 너무 가까워 더 멀어 보이는 고향이라는 기억의 공간을 지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차명희 시인의 ‘생존’은 짧은 글에 발칙한 상상과 공감을 담아낸다.

 

김미옥 시인은 고향을 ‘봄이면 백살구 하얀 꽃 피고 무정세월 백두의 정기 품고 흐르는 두만강 기슭 눈에 삼삼 그리운 곳, 이 몸이 타향에서 백골 된다 해도 너는 다 품고 기억하고 있겠지’로 쓰고 있다. 시인에게 고향 회령은 백살구가 유명하고 두만강 기슭은 어린 시절 뛰어놀던 추억이 있다. 그래서 나를 부디 잊지 말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끓여주던 동태탕과 마디진 손끝에서 빛난 가마솔 있는 부뚜막은 아버지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다.

 

고향이 길주인 조혜리 시인은 바람이 불고 눈이 많이 내리면 고향이 걱정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을가 그런 생각조차 그리움으로 표현한다. 그리운 동생이 잘 지내고 있을거라 스스로 안부를 묻고 너무 그리워 흘리는 눈물이 바다로 되었다. 함흥이 고향인 김길록 시인은 첫 작품 ‘아침’에서 자고 깨는 순간조차 고향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가고 싶고, 보고 싶고 그리웠다는 마음을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에 실어 보낸다. 정하나 시인은 오늘이 어머님 생신인데 갈 수 없고 볼 수 없어 효도 한번 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토한다. 옥수수 국수 사 올거라 말하고 집 나선지 20년이 되어 이제는 머리도 희어지고 돌아가지 못한 죄스러움을 ‘내 아가야!’라는 시에 담고 있다. 박은아 시인은 늘 생선 대가리만 가져가는 고향 엄마들의 아야기를 ‘슬픈 습관’에 담고 있다.

 

김희숙 시인의 다섯 개 작품과 동시작가를 꿈꾸는 은주아 시인의 작품은 눈여겨 볼만하다. 고향 떠나던 날 사과 꽃이 어깨에 떨어지는 형상은 그림처럼 뇌리에 박힌다. 사십대의 자화상은 생선을 등에 지고 박달령을 넘었을 시인의 모습이 그려지고 젖은 지폐로 입술을 흔들었을 유일한 미소가 보인다. 은주아 시인의 ‘진달래는 어느 곳에 있든 그 자리에서 아름답게 피어 있다’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 해보게 한다. 9월 11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용인시청 1층에서 탈북 시인 9명이 참가해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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