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좋은 기사·나쁜 기사

2025.09.10 06:00:00 13면

 

# 지난 6월 9일 경향신문은 오광수 민정수석이 차명으로 부동산 관리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발표 하루만이었다. 이 보도로 오 수석은 임명된지 5일만에 낙마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했다. 기자협회는 선정 이유로 “이 보도는 단순 의혹 제기를 넘어 실제 낙마로 이어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제보 없이 발로 뛴 정공법 보도로, 정권 초 언론의 감시 기능이 실질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라고 밝혔다. 


# JTBC는 9월 2일 ‘오광수 전 수석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초호화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통일교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오수 변호사와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 강찬우 변호사도 자문 변호사로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재판의 변호를 맡았다. 보도가 나간 후 오광수, 김오수 변호사는 한 총재 변호인단서 사임했다. 제보를 받아 취재한 기사였지만 법조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끌어냈다. 언론보도의 정수를 보였다. 


# ‘코스피 상승률, 세계 1위서 한 달 새 22위로 떨어져’. 조선일보의 8월 14일 B5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 보도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베트남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는데, 한국 코스피 지수는 동력을 상실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국가별 상승률을 그래픽까지 활용했다. 최근 1개월간 10% 이상 상승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2.3% 성장한 영국 아래, 마지막으로 0.7% 성장한 한국을 배치했다. 특정 기간을 작위적으로 선정, 억지 순위를 매긴 악의적 보도였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코스피 지수는 3200선을 오르내렸다. 실제로 종가 기준 대선 직전인 5월 31일 2608.42이던 코스피 지수는 이 기사를 작성했던 8월 13일 3224.37로 23.6%가 상승했다. 언론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잘 보여준 기사였다.


# 조선일보 사례 하나 더. 9월 4일자 ‘신문은 선생님’ 지면에 기우제 관련 내용을 실었다. 강릉의 극심한 가뭄을 다뤘다. 제목은 “가뭄은 국가 위기···왕은 ‘내 잘못’이라며 반찬도 줄여”였다. 김홍규 강릉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가뭄대책 질문에 “9월에는 비가 올거라 굳게 믿는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으로 김 시장은 전국민의 조롱 대상이 됐다. 가뭄을 미리 대비했던 이웃 속초시와 극적으로 대비되기도 했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의원도 지탄 대상이 된 건 당연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외부 필진의 글을 빌어 가뭄 책임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담았다. 교묘했다. 이런 글이 학생들의 교육용 지면에 활용된 건 부적절했다.    


# 좋은 기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근간은 기사를 통한 권력 감시와 사회적 약자 보호다. 보도를 통해 권력자를 낙마시키거나 제도 개혁을 이끌어내면 금상첨화다.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언론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을 대변한다. 반면, 나쁜 기사는 가짜뉴스, 조작 기사,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 시민과 언론을 격리시킨다.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는 사회 안정을 해치는 악성 종양이 됐다. 조작과 왜곡은 일부 전통 미디어가 선도하고 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언론 독재다.

최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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