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책상풍경 세상풍경]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낙산공원 성곽길

2025.09.19 06:00:00 13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일본 소니픽처스가 제작하고 미국 넷플릭스에서 배급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지난 6월 20일 공개 직후 단숨에 글로벌 영화 순위 1위에 오르더니, 석 달도 채 안 된 지난 14일에는 누적 시청 수 3억 뷰라는 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다.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에서 여전히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작품의 OST는 빌보드 차트의 앨범 순위와 곡 순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루미, 미라, 조이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가 무대 위에서는 팬들에게 멋진 춤과 노래를 선사하는 K팝 스타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악마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데몬 헌터스로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혼혈로 태어나 몸에 새겨진 표식을 감추기 위해 애써왔던 주인공이 본연의 모습을 인정함으로써 자유를 얻고 세상을 구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우리는 종종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경계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과 연대할 때 비로소 힘을 얻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의 감독 매기 강은 이 작품을 K팝에 대한 자신의 러브레터라고 표현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캐나다로 이주해 그곳에서 줄곧 살았지만, 방학마다 들어와 사촌들과 지내며 K팝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한다. 한국의 건축물과 공간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고증이 매우 충실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 만한 도시 속 풍경을 애정 어린 시선과 세밀한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낙산공원과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명동 거리, 지하철과 한강, 청담대교와 자양역, 남산 N서울타워, 올림픽 주경기장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곳곳을 시종 아름답고 따뜻하게 재현하고 있다. 한약방이나 목욕탕, 골목길, 식당 테이블 위에 놓인 수저와 반찬 그릇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영화 속 배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가 만나 마음속 고민과 공감을 나누던 장소로 낙산공원 한양도성 성곽길이 펼쳐진다. 우리 대학이 면해 있는 곳이라 평소에도 자주 산책하는 곳이다. 상상관 12층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성곽길 노을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외부 기관이나 해외 대학 손님들을 이곳에 안내하면 성곽 아래 펼쳐진 서울 풍경에 연신 감탄하곤 한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한 영화의 주요 장면에 이곳이 배경으로 나온다는 사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뿌듯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다. 드라마로 시작해 K팝, 뷰티, 패션, 푸드,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대되며 성장해온 한류의 역사가 어느덧 30년이다. 보편성과 개별성을 지닌 서사, 융합과 상상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 더욱 자신있게 세상에 알리고 더욱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로 와서 머물게 해야 할 때다.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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