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 현대백화점 판교점, 불 끄려 해도 못 끄는 ‘추석 대목의 안전 불감증'

2025.10.08 05:00:09

지하 하역장 방화셔터 구간 물건 적치 확인
피난구 막힘·소화전 가림 등 안전관리 미흡
“대형시설일수록 상시 점검 체계 구축해야”

 

추석 연휴 이용객이 몰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방화셔터와 소화전, 피난구 등 필수 소방시설이 물건에 가려지거나 관리가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안전 관리의 기본이 무너진 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하역장에서는 직원들이 물품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화재 초기 대응에 필수적인 방화셔터와 소화전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상태였다.

 

 

지하 하역장 방화셔터 하단에는 알루미늄 사다리와 각종 상자가 세워져 있었다. 방화셔터는 화재 시 자동으로 내려와 연기와 불길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적치물이 존재하면 정상 작동이 어렵고 인명 대피를 방해할 수 있다.

 

필수 소방시설인 소화전도 종이상자와 폐자재에 가려져 있었다. 소방 관련 법령은 소화전 주변 1.5m 이내에는 물건을 두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지상 5층 피난구 주변도 마찮가지였다. 비상 대피를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할 피난 통로에는 각종 물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 피난구 표지판이 있어도 적치물이 가로막아 실제 상황에서 접근이 어렵고, 연기 발생 시 식별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

 

 

9층 식당가의 경우 소화기 일부가 진열 물건 뒤로 밀려나 있어 즉각 사용이 힘든 상태였다. 또 10층 피난구 문에는 ‘비상계단’ 표지와 함께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고, 문이 잠겨 있어 긴급 상황 시 시민 대피가 지연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등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다.

 

 

피난구와 소화기, 소화전 등은 화재 초기 진압과 대피에 직결되는 핵심 시설이다. 특히 추석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는 작은 지연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대형 백화점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소방시설 주변을 철저히 비워두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기 점검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위반이 반복돼도 처벌은 제한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점검 인력 부족과 관리 사각지대로 인해 현장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시설 안전은 민간 자율 관리에만 맡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재 초기 대응 실패는 재산 피해뿐 아니라 다수의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이 합동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 시 실질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권”이라며 “대형시설 안전관리 체계를 공공감독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상업시설로,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한다. 이번 사례는 단순 시설 관리 부실을 넘어, 다중이용시설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준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안규용 기자·방승민 수습기자 기자 ]

박진석·장진·안규용 기자·방승민 수습기자 gigajin2@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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